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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獨 월세 상한제에 공급 반토막, 이게 시장의 역습이다


정부가 지난해 새 주택임대차법을 시행하며 롤모델로 내세운 독일 베를린시의 ‘월세상한제’가 도입 1년 만에 월세 공급량이 반 토막 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베를린 사회민주당 등 좌파 연합이 과반수인 시 의회는 지난해 2월 ㎡당 9.8유로(약 1만 3,200원)를 표준임대료로 정하고 이보다 20% 이상 비싼 월세는 세입자가 인하를 요구할 때 집주인이 받아들이도록 강제했다. 재산권 침해 등 위헌 논란을 무릅쓰고 시행한 결과는 참혹했다. 임대 소득이 줄어들자 집주인이 월세 내놓기를 꺼리고 주택 건설도 지연되면서 월세 공급 물량은 급감했다. 반면 풍선 효과로 베를린 인근 지역의 월세 가격은 10% 넘게 급등했다. 충분한 공급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우격다짐으로 집값을 억누르는 정책에 대한 전형적인 ‘시장의 역습’인 셈이다.

베를린의 상황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말 임대차법 개정 이후 부작용이 속출하는데도 제도를 수정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5억 279만 원이었던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7개월 만인 26일 현재 6억 230만 원까지 치솟았다. 집주인들은 급증한 보유세까지 내기 위해 전세를 반(半)전세와 월세 등으로 돌리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 물량이 줄고 서울의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26.8%에서 39.5%까지 솟구쳤다. 비틀린 상황을 수습하겠다며 지난해 8월과 올 2월 내놓은 공급 대책은 수치만 화려하고 언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알 길이 없다. 그런데도 이념에 빠진 고위 당국자들은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외치며 ‘셀프 칭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금이라도 힘으로 시장을 제압할 수 있다는 헛된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베를린의 부작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임대차법을 과감하게 수술대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 숫자로 분칠한 관제 공급이 아니라 민간이 주축이 된 공급 방안과 양도세 완화 등으로 단기 매물을 유도하는 시장 친화적인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봄철 전세 대란이 일어난 뒤에야 땜질식 대책을 내놓겠다고 법석을 떤다면 서민들의 가슴은 더욱 답답해질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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