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회원권의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전면 환불 절차에 돌입한 K리그 축구 구단 수원삼성블루윙즈(수원삼성)와 팬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구단 측이 사은품으로 제공한 기념 운동화의 반환을 요구하며 이미 착용·사용한 경우 연간 회원권 가격에서 운동화 값을 공제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에 팬들은 ‘일방적으로 환불을 진행하면서 기념품 가격을 공제하는 건 강매’라며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요청하는 등 조직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수원삼성 측이 전면 환불절차를 시작한 지난 10일 이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수원삼성 연간 회원권 환불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2일을 기준으로 총 7건이다. 이 중 1건은 정식 조정 절차로 이관돼 구체적인 사실 관계 파악 절차에 돌입했다. 팬들을 중심으로 한국소비자원에 정식으로 피해구제를 요청하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어 피해구제 신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시발점은 수원삼성 구단 측이 창단 25주년을 맞아 연간 회원권과 함께 기념품으로 지급한 운동화다. 구단 측은 연간 회원권 환불 절차를 시작하며 기념품으로 증정한 운동화도 같이 회수하고 있다. 운동화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연간 회원권 전액 환불이 가능하게 했지만, 실착용하거나 오염된 경우에는 회원권 가격에서 기념품 금액을 공제 후 나머지 금액을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구단 측에 따르면 연간 회원권의 평균 가격은 15만원이며 운동화 가격은 5만9,000원이다. 신발을 이미 사용한 팬들은 회원권을 환불하며 9만1,000원만 돌려받는다.
팬들은 구단 측이 팬들에게 회원권 연장 의사를 물어보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연간 회원권 환불 절차를 진행하며 기념품 가격까지 공제하겠다고 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연간 회원권을 구매하는 팬들은 대부분 오래된 팬이어서 회원권 연장에 동의할 텐데, 구단 측이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신발값을 공제하며 오히려 기념품으로 지급한 신발을 강매하는 꼴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팬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구단의 수익 손실을 신발로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20년째 수원삼성 구단을 응원하는 A(33) 씨는 “기념품은 25주년 기념 신발이라 상품 가치가 전혀 없다”면서 “구단 측이 최초 약관을 지키지 않은 채 손실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강매하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구단 측은 연간 회원권 환불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게 된 절차라면서도 기념품 반환에 관해서도 필요한 과정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수원삼성 구단은 이미 지난해 여름 한 차례 회원권 기한 연장을 실시했지만,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전면 환불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2021시즌 연간회원 제도를 운영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구단 관계자는 “기념품으로 증정된 운동화는 선의로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돌려받는 게 맞다”며 “팬 분들의 불만에 공감하지만, 구단이 무관중을 하고 싶어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팬 분들도 어느 정도 구단 입장을 고려해주셔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소비자원의 조정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게 대응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은 정식 피해구제 절차에 착수한 피해구제 신청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이후 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사은품은 일반적으로 사업자의 과실로 해지할 때는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며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 후 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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