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맹비난했다. 앞서 매코널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의회 난입’ 사건의 실질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고 날을 세운 바 있다.
16일(현지 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매코널은 음침하고 뚱하고 웃지 않는 정치꾼”이라고 인신공격했다. 이어 “그와 함께한다면 공화당 상원의원이 다시는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는 결코 해야 할 일이나 미국에 좋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에서 열린 상원 결선투표를 언급하며 “정치적 통찰력도, 지혜도, 전략도, 인성도 부족한 매코널 의원 때문에 공화당이 다수당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했다”라며 “이러한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공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예상됐던 바다. 매코널 의원은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탄핵에 반대했다. 하지만 표결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질적·도덕적으로는 책임이 있다며 민·형사상 책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AP 통신은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정치인이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비판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겠다고 암시하기도 했다. 그는 “필요하고 적절할 때 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미국우선주의’를 옹호하는 예비경선 경쟁자들을 지지할 것”이라며 “우리는 훌륭하고 강력하고 사려 깊고 공감을 할 줄 아는 리더십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2022년 중간선거를 노린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 역시 자신의 기조를 따르는 예비경선 경쟁자를 지지하겠다는 이 부분을 가장 두드러진 언급으로 꼽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고심하고 있는 공화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내 영향력이 실제로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날 미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미국 성인 90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68%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계속 공화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답했다. 매코널 대표와 달리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그는 지난달 2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무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날아가 중간선거 지원 약속을 받아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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