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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칼럼] 바이든-시진핑 시대를 사는 법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

美中 갈등 당분간 지속 가능성 커

'원칙 기반 사안별 지지·반대 전략'

韓, 외교적 부담 줄이는 유일한 해법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설날을 앞둔 지난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두 시간 동안 전화 통화를 통해 덕담을 섞으면서도 설전을 벌였다. 바이든은 불공정한 경제 관행, 대만 문제, 인권,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등 거의 모든 중국 이슈를 언급했다. 미국 국내 정치의 유일한 합의가 ‘중국 때리기’라는 점에서 이러한 바이든의 메시지는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다. 그러나 시진핑은 향후 미중 관계의 관건은 협력에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대만과 홍콩, 그리고 신장 문제는 양보가 불가능한 중국의 핵심 이익이자 내정에 속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등 미국이 힘을 행사하는 방식을 비판했다.

이것은 미중 갈등이 곧 기 싸움에서 힘겨루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초기 양상은 임기 첫해를 맞는 바이든의 ‘펀치 게임’에 내년 20차 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1년을 관리해야 하는 시진핑의 ‘맷집 게임’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미국은 민주주의국가를 불러 모아 미국이 돌아왔다는 것을 과시하면서 중국 편에 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집요하게 부각시킬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도 올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미국의 공세에 버틴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중국 경제의 회복력과 잠재력을 과시하면서 업적 정당성의 기반을 강화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두 정상의 고민은 전략 경쟁이 지구전 양상을 띨 경우 정책적 피로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바이든은 동맹을 통한 중국 압박에 성공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곧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의미하는 것도, 미국인들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 묘책도 아니다. 또 대중 교역에서 흑자를 내는 자신의 지지 기반인 실리콘밸리의 이익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시장을 잃게 될 국가들에 제공할 손에 잡히는 동맹 인센티브(club goods)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동맹국들도 미국의 리더십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팔로십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발원지 조사 문제로 시작된 중국과 호주의 갈등에서 중국은 호주산 소고기 수입 금지 및 보리 반덤핑 관세 부과, 여행·유학 금지 조치를 취했으나 미국은 호주산 와인을 함께 마셔주는 것 외의 조치가 없다. 물론 단기적으로 시진핑의 부담이 더욱 클 것이다. 미국발 총공세를 막기 위해 모든 정치적 동원 기제를 활용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외부로 열린 시장, 글로벌 가치사슬 체계에 다시 진입하지 못한 채 쌍순환, ‘국내에서 세계 여행’이라는 내수 정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바이든과 시진핑은 시간문제일 뿐 휴전과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두 정상의 전화 통화에서도 일단 대화의 중요성을 공유한 바 있다. 이는 바이든이 하고 싶어하는 코로나19, 기후변화, 북핵 문제 등에서 모멘텀을 찾고자 할 것이다.

다만 양국의 국내 정치와 여론이 미중 관계에 깊게 영향을 미치고,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더는 용인하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면, 체제와 제도 그리고 이념을 둘러싼 미중 전략 경쟁이 한국 외교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은 민주주의와 동맹의 이름으로 대중국 압박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것이고, 중국도 한미 교역의 두 배에 달하는 한중 교역 규모를 활용해 한국의 대미 편승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문제를 한미 동맹으로 환원하는 것은 쉽고 편리하지만 실사구시적 해법이 아니다. 그렇다고 한중 관계가 한미 관계를 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원칙을 갖고 사안별로 지지와 반대를 효율적으로 기획하는 것 이외의 뾰족한 대안은 없다. 정권 교체 때마다 발생하는 외교적 매몰 비용을 줄이면서 한미 동맹의 존재 방식, 중국의 거친 외교 행태와 같은 불편한 진실을 한미·한중 전략 대화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우리의 길을 모색할 때가 됐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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