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 중심가에 배치된 장갑차 주변에서 15일(현지 시간) 시민들이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계속되는 미얀마 국민의 쿠데타 반대 시위에도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구금 기간은 오는 17일까지로 연장됐다./로이터연합뉴스
계속되는 미얀마 국민의 쿠데타 반대 시위에도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구금 기간이 오는 17일까지로 연장됐다. 수지 고문을 향한 군부의 계속되는 압박은 물론 시위로 첫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미얀마를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지 고문의 변호사인 킨 마웅 조는 기자들에게 법원이 이날 만료될 예정이던 수지 고문의 구금 기간을 17일까지 연장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군부는 불법 수입된 휴대용 무전기 ‘워키토키’ 6대를 소지한 혐의로 수지 고문을 기소했고 법원은 15일까지 수지 고문을 구금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를 이틀 연장한 것이다.
전날 오후 미얀마 시내에는 지난 1일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장갑차가 배치되기도 했다. 북부 카친주의 발전소 인근에서는 군부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와 총기를 발포했고 시위대는 군부가 전기도 차단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네트워크모니터링 단체 넷블록스는 15일 새벽 인터넷 접속률이 평소의 14%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전면적인 인터넷 차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인터넷 차단은 풀린 것으로 보인다.
군부가 강경 대응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공무원들까지 조직적으로 쿠데타 반대 시위에 가담하며 국가 기간산업이 마비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전날 국영 철도 근로자들은 양곤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에 참여했고 일부 철도 노선 운항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교통부의 민간항공청 역시 직원들의 출근 거부로 “국제선 운항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인력 대체가 어려운 핵심 산업 공무원의 파업 규모가 커지면 군부는 국정 운영을 위해 시위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미얀마 내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던 인사들이 공무원들의 시위 참여를 촉구하는 이유다.
시위로 인한 첫 사망자가 수일 내 나올 수 있다는 관측 역시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9일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의 총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20세 여성의 산소호흡기가 가족들의 동의로 곧 제거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군부 쿠데타로 첫 민간인 사망자가 나오면 시위가 격화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판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은 트위터에 “미얀마 군부가 국민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 같다”며 체포자 수 증가, 인터넷 차단, 지역 사회 내 군 배치 등 미얀마 군부의 행위는 절망의 신호라고 지적했다. 미얀마 주재 유럽연합(EU) 회원국, 영국, 캐나다 대사관 등도 역시 공동 성명에서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시위대와 시민들에 대한 폭력 사용을 중단하라고 군부에 촉구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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