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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스푸트니크 백신, 임상3상서 효과 91.6%…냉장보관 가능·가격도 저렴

국제 학술지 실리며 위상 높아져

20개국 '러시아 백신' 사용 승인

정은경 "아직 계약 단계 아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이 국제사회에서 뒤늦게 조명을 받기 시작한 데는 백신 도입 일정 지연 등 대내외적 상황뿐 아니라 최근 저명한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에 실린 동료 평가 결과도 한몫했다. 국내 방역 당국은 “아직 구체적인 계약 단계는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백신 부족 사태를 우려해 러시아 백신 도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8일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센터는 최근 랜싯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의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논문은 “러시아에서 지난해 9월 7일~11월 24일 만 18세 이상 1만 9,866명이 참여한 임상 시험이 진행됐다”며 “91.6%의 백신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62~70%)보다 뛰어나고 화이자(95%), 모더나(94.1%) 백신의 효능과 비슷한 수준이다.

스푸트니크V는 ‘바이러스 백터’ 방식의 백신으로 국내에서 접종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과 같은 방식이다. 코로나19 항원 유전자를 인체에 무해한 아데노바이러스 등 다른 바이러스 주형(틀)에 주입해 체내에서 항원 단백질을 생성,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특히 냉동이 아닌 냉장 보관으로 유통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스푸트니크V는 분말 제품으로 보관할 경우 2~8도에 냉장 보관이 가능하고, 액상은 영하 18도에서 6개월가량 보관할 수 있다. 화이자처럼 영하 70도 초저온 유통이 필요한 백신에 비해 운송과 보관이 편리한 것이다. 가격도 두 번 접종에 20달러(약 2만 2,366원)로 모더나(32~37달러) 등 미국·서유럽 백신보다 저렴한 편이다.



러시아 백신이 급부상하자 최근 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EU) 주요 국가에서는 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현재 최소 20개국이 러시아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여기에는 EU 소속 국가인 헝가리도 포함됐다. 브라질과 인도에서도 승인이 임박했다.

국내 방역 당국도 러시아 백신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질병청 예방접종추진단 ‘시민참여형 특별 브리핑’에서 “계약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어떠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기존에 계약했던 백신 도입 일정이 늦춰질 수 있는 데다 일부 백신은 효능 논란이 일고 있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노바백스 백신은 아직 계약 체결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화이자 백신은 도입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청장 역시 이날 백신 구매 다국가 연합체인 코백스(COVAX)를 통해 도입할 화이자 백신에 대해 “행정 절차가 남아 있어 다소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노바백스 백신에 대해서도 “백신에 대한 계약을 계속 검토 중”이라고만 답변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스탠리 에르크 노바백스 대표와 영상 회의를 열고 2,000만 명분 백신에 대한 국내 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실제 계약 체결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기존에 확보한 백신에 대한 효능 논란마저 일고 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자에 대한 임상 자료가 불충분해 최근 유럽 일부 국가에서 고령층 접종을 제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인 GC녹십자(006280)가 스푸트니크V 위탁 생산을 협의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계 각국에서 도입 의사를 밝히면서 백신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가 한국에서도 이 백신을 추가 생산할 업체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은 비밀 유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추가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지만 녹십자가 수십 년간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어온 만큼 계약이 체결되면 생산은 쉽게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는 이미 지난해 10월 오창 공장에서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코로나19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공장에서는 하루 8시간 가동을 전제로 백신 완제품을 연 10억 도즈까지 생산이 가능하며 설비를 추가할 경우 30억 도즈까지 생산 가능하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GC녹십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사실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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