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분명히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앞으로 우리 정상과 약속한 것은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8차 대회에서 ‘핵’을 36차례나 언급하고 전술 핵과 핵 잠수함 개발을 지시하는 등 핵 무력 고도화 의지를 표명한 것과 완전히 배치되는 발언이다.
미국은 정 후보자의 발언을 사실상 반박했다.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계자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탄도미사일 개발과 고급 기술 확산 의지는 국제 평화·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뿐 아니라 국제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킨다”고 논평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대북 정책에 대해 ‘한미 간 같은 입장’을 강조했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실패한 전략을 계속 밀어붙이겠다고 고집하면 불협화음이 나타날 수 있다.
2018년 3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시절 정 후보자는 대북특사단 수석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와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이 있었으나 북측이 취한 핵 폐기 조치는 전혀 없었다. 되레 걸핏하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했다. 급기야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을 살해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정 후보자가 전했던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거짓임이 드러난 셈이다. 또 국민을 속일 생각이 아니라면 남북대화 재개에만 집착하는 대북 정책을 바꿔야 한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김정은 정권이 핵 동결 쇼가 아니라 완전한 핵 폐기를 이행하도록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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