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한국에서 반도체 소재 국산화가 진행돼 일본 기업이 타격을 입었다는 일본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지난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9년 7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후 한국에서 국산화 정책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인 스텔라케미파와 모리타화학공업의 대(對)한국 수출이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신문에 따르면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스텔라케미파의 반도체·디스플레이용 불화수소 출하는 직전 연도와 비교해 26% 감소했고 지난해 4~9월 출하량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모리타화학공업은 “한국 이외의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을 늘려 (한국의 수입 감소로 인한) 감소분을 보충하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가 세제 지원, 연구비 지원 등의 정책을 통해 반도체 소재 국산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3% 증가한 2조 2,000억 원을 기업의 연구 개발비로 책정했고 이러한 정책적 노력이 세계 최대 종합 화학 기업인 미국 듀폰의 생산 공장을 자국에 유치하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일본의 현재 상황은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현재는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한국 반도체 업계가 큰 각광을 받고 있지만 세계 주요 산업국들이 각각 반도체 자립에 나서면서 훗날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니혼게이자이가 인용한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이 한국에 수출한 불화수소 양은 직전 연도 대비 75% 감소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 전과 비교하면 90% 정도 줄어든 것이다. 2019년 6월 3,026톤이었던 한국의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량은 수출 규제 시행 직후인 8월 0으로 떨어졌다. 일본 정부가 수출을 일부 허가하면서 같은 해 12월 수입량이 793톤으로 늘었지만 수출 규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월평균 수입량은 400톤에 그쳤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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