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전 의원이 제안한 '제3지대 경선' 돌발제안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왔다. 국민의힘 바깥에서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진행하자는 제안이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과 제3지대 경선을 동시에 진행한 뒤 최종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계단식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 전 의원은 1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지금 당내 경선을 하고 있다"며 "거기 들어갈 수는 없으니 국민의힘 경선 기간에 우리도 따로 토론하고 경선해 관심을 받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 전 의원이 '1대1 경선'을 우선 치르자고 제안한 상대방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앞서 안 대표는 국민의힘에 '경선 개방'을 요구했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를 단호히 거절한 바 있다. 이미 시작된 국민의힘 경선에 안 대표가 합류하는 시나리오 역시 애매해졌다.
이런 상황 속 금 전 의원이 안 대표를 겨냥해 '묘수'를 던진 것이다. 그는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 이후 '선수'를 빼앗기고 한동안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금 전 의원의 제안을 안 대표가 받아들이고 국민의힘도 김 위원장 뜻대로 '3월 초 단일화' 방침을 결정할 경우, 계단식 단일화의 성사 가능성은 높아진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복잡했던 야권 단일화 방정식이 조금 더 단순하고 명확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라며 금 전 의원의 제안을 환영했다.
금 전 의원이 야권 단일화 방침을 고수하는 안 대표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을 했다는 점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과 금 전 의원 사이 '이심전심'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은 김 위원장과 수시로 소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연말 김 위원장과 면담했고, 금 전 의원의 출마선언 전에도 전화통화를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대표가 금 전 의원의 제안을 거부하면 자신만이 단일후보가 되겠다는 잇속을 드러내는 셈"이라며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안 대표는 전날 "야권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금 전 의원의 제안에 입장을 유보했다가 이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권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제 뜻에 동의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금 전 의원에게서) 연락이 오면 만나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혜인 인턴기자 understa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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