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서 계속...)
떡이라도 하나 더 주고 ‘떠나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월급 모아 집 사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시대에 평생 모은 집 한 채, 자식에게 증여하고 싶은 충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배고픈 백성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를 낚는 법을 알려주라는 옛 선인들의 지혜 역시 옳다.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는 이 시대 중장년들의 ‘내리사랑’에 대해 관점을 전환할 것을 권했다. 잡아놓은 물고기는 본인들의 안전한 노후를 위해 식탁 위에 먼저 올리시라. 자식들에겐 직접 물고기를 잡도록 안내하고 응원하시라. 그의 날 선 조언을 좀 더 들어보자.
-인터뷰 1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은 인생 후반기에는 자신이 지닌 자산의 크기로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자녀와 대립하지 말라는 지적 역시 기억에 남는다.
“중장년분들 중에서 재산을 무기로 자식들과 줄다리기 하시는 분들을 왕왕 목격한다. 시댁에 돈이 많아야 며느리가 잘 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잖나. 그런데 그것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노후에 제대로 된 대접을 받으려면 자신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쌓아 놓은 자산, 그것이 중장년의 가치다.“
-결국 중장년들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잠겨 있다는 점에서 이를 활용한 소득원 보전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 수명절벽이란 개념이 있다. 대다수 인간이 사망하는 지점을 말하는데 이를테면 115세까지 사는 사람이 1억분의 1 확률이라면 대다수는 100세 전에 사망한다는 거지. 과학자들이 말하길, 과학기술 발달로 100세까지 살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연금으로 사망 전까지 소득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안전한 건가. 오래 살면 살수록 유리한 것이 주택연금이다. 손해는 국가가 보는 거고. (하하)”
-대표님 말씀대로 주택연금은 정말 남는 장사인 것인가.
“오래 살기만 한다면 무조건 남는 장사지. 그렇다고 일찍 죽었다 해서 손해 보는 것도 아니다.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남은 자산가치는 상속이 가능하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서 말했듯 연금은 수익게임이 아닌 혹시 모를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사실이다.”
-해외의 경우 주택연금 활용이 보편화돼 있는가.
“사실 주택과 연금을 교환하는 아이디어는 유럽에서 먼저 시작됐다. 잔 루이즈 칼망이라는 프랑스 여성이었는데 이 분은 90세에 사적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노후에 돈이 부족해지자 이웃집 변호사와 계약을 맺었다. 칼망이 사망하면 변호사에게 집을 주고 변호사는 칼망에게 죽을 때까지 매월 2,500프랑을 주는 계약이었다. 변호사 나이가 47세였는데 칼망은 그가 먼저 죽으면 그의 가족이 생활비를 대신 지급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현명했던 거지.
결과가 어땠는지 아나? 칼망은 122세까지 살았다. 변호사는 77세에 먼저 죽었지. 변호사 가족은 2년이나 더 생활비를 지급해야 했고 그 이후 칼망의 집을 받았다. 수명연장 시대에 주택연금이란 제도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드러내는 사례다.“
-(하하)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다. 현재의 중장년들은 부동산이라도 있다 치자. 내집 마련하기가 어려워진 후속세대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두 가지 전략을 제안하고 싶다. 먼저 맞벌이 하라는 것이다. 물론 결혼하지 않은 분들은 예외지만.. 출산과 육아가 맞벌이 과정에서 비용요소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맞벌이는 노후를 위한 대비책이 될 수 있다. 연금을 두 배로 늘리는 효과가 가장 큰 장점이다. 맞벌이 부부는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모두 ‘곱하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
다음으로 젊을 때부터 세액공제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세액공제만 잘 활용해도 연간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특히 퇴직연금의 경우 꼭 투자자산(DC형·확정기여형)으로 가져가길 권한다. 많은 사람들이 대출 받아서 투자를 하더라도 퇴직금은 원금보장형을 선호한다. 그러나 근로소득자로서의 오랜 삶의 기간을 감안하면 중간정산이 불가능한 퇴직연금을 투자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러고 보니깐 많은 사람들이 퇴직연금은 원금보장형을 선호한다. 말씀을 듣고 보니 평생 근로소득자의 경우 주식시장이 우상향한다는 가정에서는 투자형이 합리적인데 사람들이 반대로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퇴직금이 지닌 상징성 때문이겠지. 퇴직연금은 퇴직금 제도에서 출발한 건데 퇴직금은 절대 다쳐서는 안 되는 것이란 인식이 강하잖아. 그런데 20년 이상 투자한다면 원금을 손실 볼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긴 호흡으로 투자한다면 투자형 상품이 합리적인 결론이 나온다.”
-자산증식 전략도 잘 세워야 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일자리다. 50대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출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좋은 지적이다. 강세장이 지속 되면서 전 국민의 주식투자 시대가 됐다. 카페에 앉아 있으면 옆자리에서 테슬라, 삼성전자 투자 이야기를 듣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그러나 젊은 분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인적자산이다. 특히 연령대로서 4050은 생애기간 동안 쌓아올린 인적자산을 승부수로 띄어야 하는 시기다. 자신만의 인적역량을 얼마나 전문성 있게 키워놨느냐에 따라 일자리 유무가 달라진다. 마라톤에서 막판 스퍼트를 할 수 있는 사람인 거지. 젊은 분들의 주된 수익원은 투자가 아닌 근로소득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주변에서 직장인이면서 퇴근시간이나 주말 등을 활용해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평생 일자리를 위한 몸부림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 모양새다.
“성경구절에 이런 말이 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넓은 문을 열면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그만큼 경쟁이 심하니깐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 자격증은 좁은 문을 만드는 과정이다. 자격증도 여러 종류가 있다. 따기 어려운 자격증은 그 자체로 문턱이다. 평생 공부만 해온 분들에게 또 공부하라는 조언은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선진국들은 자격증이나 기술교육 등의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한국도 그렇다. 공짜로 교육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말 많다. 이를 활용해야 한다. 퇴직 후에는 치킨집을 차릴 것이 아니라 다시 학교로 가서 인적자산을 키워야 한다.”
-그럼에도 재직자 중에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퇴직 후 창업자들 중에서 5년 이내에 폐업할 확률이 70% 이상이다. 주식투자를 한다고 치자. 5년 이내 상장폐지될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인가. 투자하지 않겠지?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퇴직 전 마련된 자산은 아껴야 하는 것이다. 창업이란 것은 적은 금액이라도 투입될 수밖에 없다. 창업을 희망하는 분들을 만나면 이런 말을 꼭 드린다. ‘창업은 인테리어업자나, 임대업자 배만 불려주는 일이라고.
창업은 절대 하지 마시라. 대신 자신의 전문성, 인적자산을 키우는 일에 노력하시길!“
/박해욱 기자 spooky@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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