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 특정인의 이름을 넣은 네이밍 법안이 쏟아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법안이 대거 생산되면서 합리적인 대안 모색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자영업자 손실 보상 관련 문제가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여야가 소상공인 지원 관련 법률만 8건을 발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수십조 원의 예산이 요구되는데도 재원의 지속 가능성과 입법 현실화 가능성 등은 고민하지 않은 졸속 법안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네이밍 법안들이 여론 형성과 합리적인 대안 모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작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 법안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재정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들에게 무이자 대출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소상공인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신용보증기금 등이 대출을 보증하고 소상공인기금은 이자를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수조 원의 예산만으로도 수십 조원의 자금을 시장에 신속하게 공급하게 만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지지만 현금 지급을 못 박은 법안들에 밀려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법안이 무분별하게 발의되면 법안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단일안이 만들어져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시간만 늦춰질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1월 한 달 동안 감염병 예방 관련 법률만 약 20건이 발의된 것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법안 간 차이점을 파악하고 여야 간 의견 조율에 과도하게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느라 정작 시급한 문제 해결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국회 실무진들 사이에서 이미 새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국민들의 관심이 줄어들면 국회의원들이 실질적인 입법 과정에 정작 뒷짐을 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수 구하라 씨의 죽음 이후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상속할 수 없도록 하는 일명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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