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6,000억원 상당의 금융 피해를 초래한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부사장의 무책임한 펀드 운영으로 라임 환매 중단 사태가 야기됐다”며 라임 사태의 주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29일 이 전 부사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및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15년에 벌금 40억원, 14억 4,000만원 상당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부사장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30억원, 추징금 14억 4,000만원을 구형했는데 법원은 검찰의 구형보다 10억원 많은 벌금을 선고한 것이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이 투자했던 해외무역금융펀드 중 하나인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그룹(IIG) 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했음에도 이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운용 방식을 모자(母子) 구조로 변경하면서 펀드 판매를 이어간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 라임 자금 300억 원을 투자해준 대가로 14억원 상상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사장의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IIG 펀드에 심각한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무역금융펀드를 재구조화해 IIG 펀드의 부실을 은폐했다”며 “IIG 펀드의 부실을 알리지 않고 다른 라임 펀드들의 환매대금을 확보할 목적으로 2,000억원 상당의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해 소위 ‘돌려막기식 운영’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사장 측이 ‘문제가 된 해외무역금융펀드는 신한금융투자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OEM(주문자 위탁 생산) 펀드’라고 주장한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무역금융펀드 초기 실사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며 “해당 펀드의 구조를 모자 펀드로 바꾸는 작업도 직접 제안하고 진행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라임을 믿고 무역금융투자 펀드에 가입한 수많은 투자자들이 라임으로부터 이익은 고사하고 원금도 돌려받지 못해 사회적 피해가 매우 크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대부분 부인하며 자신의 업무 수행에 잘못이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른바 ‘라임 사태’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이 감내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부사장과 함께 기소된 원종준 라임 대표는 징역 3년에 벌금 3억 원, 마케팅본부장으로 근무했던 이모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이 전 부사장의 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보고 이 전 부사장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한편 이 전 부사장은 특경법상 배임 등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어 이 전 부사장의 형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이 이미 부실화된 상장법인 4개사의 전환사채(CB) 등을 인수해 라임 펀드에 9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보고 지난해 8월 그와 김 모 전 라임 대체투자본부장을 추가 기소했다. 이 전 부사장의 배임 혐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 24일에 열릴 예정이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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