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고 열심히 일하고…낯선 세상에 가슴 설레지. 이런 인생 정말 괜찮아 보여. 난 너무 잘살고 있어. 헌데 왜 너무 외롭다. 나 눈물이 난다. 고독이 온다. 넌 나에게 묻는다. 너는 이 순간 진짜 행복하니. 난 대답한다. 난 너무 외롭다.
가수 김조한의 노래 ‘사랑에 빠지고 싶어’ 가사다. 이 노래 속 주인공은 나름 인생을 화려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고독감과 외로움에 힘들어한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내용이다. 이 가사처럼 요즘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늘었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일하고, 주말엔 쉬는 일상을 이어가지만, 코로나19 발생으로 사회적 고립감이 커진 탓이다.
보험연구원 간행물 ‘고령화 리뷰’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사회적 고립감뿐 아니라 언제 코로나19에 걸릴지 몰라 불안해하는 일상이 이어지면서 건강염려증도 증가한 것. 게다가 경제 상황까지 악화되면서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야말로 ‘너무 외로운’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 요즘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 타 진료과목의 의료이용량은 줄어든 반면 정신질환 진료 인원은 증가했다. 특히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 발생했던 지난해 2월 많은 이들이 정신과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의 정신질환 증가율이 더 높았는데, 지난해 2월을 살펴보면 ‘정신 및 행동장애(F코드)’ 진료 인원 증가율은 남성 8.54%, 여성 9.86%였다. 연령별로는 20대(남성 13.7%, 여성 21.7%)와 30대(남성 12.3%, 여성 13%)가 주도적으로 많았다.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한 불안장애 상담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1만8931건이었는데, 이는 2019년 전체 실적인 1만3067건보다 44.8% 증가한 수준이다.
물론 코로나19가 방아쇠 역할을 한 것뿐 그 이전에도 정신적인 문제로 병원을 찾는 이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정신 및 행동장애(F코드)’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연평균 6.2%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 5.9%, 여성 6.5%로 남성보다 여성의 증가 폭이 더 크다. 이러한 정신질환 환자는 청년·여성·고령층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모양샌데, 각각 학업이나 취업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 고령화에 따른 치매 증가 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많이 호소하는 정신질환(다빈도 정신질환)은 성별, 연령대별로 차이가 난다. 남성은 불안장애, 우울증, 수면장애, 치매 등이 많으며, 여성은 우울증, 불안장애, 치매 등의 순이다. 여성의 경우 우울에피소드와 기타 불안장애 등은 10대 이후부터 60대까지 다빈도 질환으로 자리 잡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유아 및 청소년기는 운동 과다장애, 말하기와 언어의 특정 발달장애, 20대부터 60대까지는 우울에피소드, 기타 불안장애, 노년기에는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뇌손상, 뇌기능이상 및 신체질환에 의한 기타 정신장애 등의 발병 빈도가 높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고령층에서 불안장애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독거노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염려가 크다. 독거노인은 일반 노인들보다 인구·사회학적으로 더욱 취약한 특성이 있고, 가족으로부터 정서적 지지가 약하며, 사회적 지지도 협소해 우울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지 못했을 경우 현실을 직면하면서 불안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와 같은 경제적 요인 이외에도 신체적 건강을 잃었을 때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가벼운 우울이나 불안, 집중력 저하와 같은 증상들이 심각한 질환으로 전이되기 전에 병원을 찾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고립감, 건강염려증, 경제상황 악화 등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아 정신과 진료인원의 증가 추세는 당분간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평소와 같은 가벼운 증상인데도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이와 같은 건강염려증은 건강취약계층인 고령층에서 더 자주 나타난다.
사회적 거리 두기 지속으로 인한 부작용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자연스레 야외 활동이 줄면서 신체활동 제한, 디지털기기 사용 증가, 알코올 섭취 증가 등이 정신건강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겸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대면접촉 어려움을 고려할 때 디지털 사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온라인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적극적인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지역사회 예방기능 강화, IT기술을 활용한 상담서비스, 경제적 지원 등의 공적 기능을 강화와 더불어 보험회사 등 민간영역에서는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을 통해 정신질환을 사전 예방하고 있다. 여기서 정신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정신질환을 진단·예방·치료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시판 전 허가를 받기 위해 효능과 안전성 연구를 거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해외 73개의 정신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의 효능성에 관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관리 효과를 주장하고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였으나, 그 효과성을 입증한 애플리케이션은 2개에 불과했던 만큼 주의가 사용에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정부차원에서 마음이 힘들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지난 12월 보건복지부에서는 마음 건강 회복을 도와주는 ‘마음프로그램’을 개발해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쉽게 훈련을 따라 할 수 있도록 음성안내와 동영상을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프로그램 이용 후 추가적인 정보나 마음진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국가트라우마센터 누리집이나 마음건강평가로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마음프로그램 이외에도 ‘정신건강자가검진’과 ‘마성의 토닥토닥’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해 제공했다. ‘정신건강자가검진’애플리케이션은 자기 검진을 통해 우울증, 양극성장애, 범불안장애, 인지장애(치매), 강박장애 등을 포함한 14개의 주요 정신질환에 대한 1차 검진과 2차 심화 검진이 가능하다. 검진결과에 따른 해석과 질환별 정보도 알려줘 유용하다.
‘마성의 토닥토닥’애플리케이션은 복지부의 지원으로 고려대학교과 덕성여자대학교 연구팀이 공동으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우울 증상을 줄이고 정서조절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인지훈련, 정서훈련으로 나뉘어져 있다.
외롭다 생각 들 땐 이 애플리케이션 ‘꾸욱’
/정혜선 기자 doer0125@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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