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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군축조약 5년 연장한다지만…美·러, 이란·나발니 '갈등 불씨'

◆바이든, 푸틴과 전화 회담

핵탄두·ICBM 등 제한 합의 불구

'美·이란 핵합의 복귀' 대립 심화

러, 나발니 석방 수용 기대 어려워

美, 中·러 밀월 깊어져 고민인데

유럽과 균열 조짐…동맹정책 흔들

26일(현지 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오른쪽) 러시아 외무장관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모스크바에서 만나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악수하고 있다. 양측은 이날 이란 핵 합의의 온전한 복원을 지지하며 미국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 회담에서 핵군축 조약 연장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란 핵 합의와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 문제 등 굵직한 현안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양국 관계가 미국의 대중 정책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현지 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푸틴 대통령과 통화해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을 5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뉴스타트 조약은 양국의 핵탄두 보유 숫자를 1,550개로 제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 등 핵 운반체 수를 최대 700개로 규정해 무분별한 군비 경쟁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지난 2011년 체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이 조약에 중국을 포함해야 한다며 연장을 꺼렸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 측에 먼저 연장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를 제외하면 양측은 동상이몽을 꾸는 모습이었다. 먼저 양측은 같은 통화를 두고 다르게 해석했다.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주권 △솔라윈즈 해킹 △러시아의 미군 살해 사주 의혹 △나발니 독극물 중독 사건 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했다면서 “러시아의 악의적인 행동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성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무역 및 경제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다”며 이외에도 이란 핵 합의와 미국의 국제조약 탈퇴, 우크라이나 이슈 등을 다뤘다고 전했다. 통화 내용의 핵심조차 다르게 본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이날 이란과 함께 미국에 핵 합의 복귀를 촉구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모스크바에서 회담한 뒤 “우리는 핵 합의가 아무 조건 없이 전면 복원돼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시작해 완성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폭 축소됐다며 “이란이 합의를 완전히 준수하지 않는 한 미국은 합의 복귀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양측이 합의 복원에 대한 전제 조건조차 다르게 판단한 모양새다.



나발니 사태도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크렘린궁은 이번 시위가 코로나19 대유행과 경제 위기로 축적된 국민의 불만을 자극해 반정부 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고 판단해 상황을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유럽연합(EU) 등 동맹과 함께 러시아를 압박할 경우 러시아가 국면 전환을 위해 도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러 정책에 대한 미국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 관계가 강화돼 대중 정책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뒤인 지난해 12월 28일 중국과 러시아 정상은 통화에서 “양국이 협력하면 양국을 억압하고 분열하려는 모든 시도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25일 중국은 미국이 러시아에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한 데 대해 “중국은 모든 형태의 내정간섭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러시아를 두둔했다.

동맹 강화를 약속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유럽 정책도 꼬일 수 있다. 백악관이 독일과 러시아 사이의 가스관 건설 사업을 “나쁜 거래”로 평가하며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했고 독일은 단순한 사업이라며 반발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탈퇴하고 유럽군을 창설해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을 최근 발간한 책에서 밝힌 사실이 전해지며 미·유럽 동맹 관계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짐 타운센드 전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 같은 이유에서 “미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정립(reset)하기보다 안정성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예민하게 생각하는 인권 문제 등에 강경 대응하기보다는 일단 러시아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는 의미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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