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7일 여당 지도부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인정하고 사과하자 “그간 2차 가해를 저질러온 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 것”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여성 의원 일동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본질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박원순 전 시장이 성추행으로 고소될 것이란 사실을 사전에 입수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며 “가해자가 사라지자 박 전 시장의 측근 직원들, 이른바 ‘6층 사람들’과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함께 ‘가해자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집단린치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공식 확인하자 때늦은 뒷북 사과에 나섰지만, 보궐선거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사과에 불과하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개월 간 가해자의 편에 서서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2차 가해를 했던 민주당 여성 의원들 역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여당을 향해 “그간 2차 가해를 저질러온 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라”고 촉구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남인순·진선미·이수진(비례)·고민정 의원이 주도해 ‘피해호소인’이란 표현을 밀어붙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나아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염치없이’ 출마한 박영선·우상호 두 후보 또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며 “침묵은 곧 옹호”라고 질타했다. 이어 두 후보를 향해 “수백 억의 국민 혈세를 들여가며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왜 치르게 됐는지 입장을 밝히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또 “박 전 시장 성추행의 진실은 밝혀졌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더 가혹한 2차 가해를 자행하고 있다”며 “또한 '6층 사람들'의 성추행 묵인과 방조는 아직 진실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상기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두 번째 사과이나, 지난해 7월 첫 사과 당시 그는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대표는 “인권위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들에게도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인권위가 여성가족부 장관 등에 건의한 제도 개선 역시 존중하겠다. 관계 기관과 협의해 재발방치책을 마련하고, 우리 사회의 여성 억압 구조를 해체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