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민주당 정권의 장관까지 지낸 후보로서, 짤막한 유감 표명도 그렇게 어렵고 힘든 것이냐”며 “일말의 책임감과 미안함이 들지 않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제가 기억하는 ‘정치인 박영선’이라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같은 여성이기에, 민주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기에 짧게라도 미안함을 전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결국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영선 전 장관은 피해자의 고통을, 시민의 분노와 실망을 차갑게 외면했다”며 “법원에 이어 인권위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성희롱의 사실관계를 확실히 인정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이번 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전임 시장이 같은 민주당 소속”이라며 “혈세만 800억 원이 넘게 든다.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것만으로도 몰염치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나 전 의원은 “그런데도 기어이 나서셨다면, 어찌 ‘그 사건’을 모른 척할 수 있는가. 씁쓸하다”며 “진영이 무엇이길래, 민주당 후보라는 족쇄가 박영선 전 장관의 용기를 꺾어버린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이어 “극렬 지지층 반발이 두려워, 한 명의 여성을 향해 가해진 무참한 폭력을 애써 망각한 후보는 절대 시민의 삶과 인권을 보듬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4·7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후보들은 현 정권 중심에서 원내대표나 장관을 역임했다”며 “현 정권의 무능, 위선의 중심에 서 있던 분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이번 서울시장이 전임 시장의 성 추문 때문에 생겼기에 양심이 있다면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서울시장 선거 공약으로 권력에 기인한 성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감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전담기구 설치를 약속하기도 했다. 또한, 명시적 동의 의사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나 거절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관계를 시도한 경우, 성폭행으로 처벌하도록 조례를 개정할 뜻을 천명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해 여성 폭력 피해자의 쉼터와 주거지원 확대, 생계비와 의료비 지원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이날 오후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택시 운송업체 경복상운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영선 전 장관의 출마선언문을 보니 이번 보궐선거가 왜 치러져야 했는지, 이 선거의 존재 의미가 뭔지에 대한 성찰이 빠져서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권력형 성추행, 성범죄에 대해선 정말 어떠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도 부족한 상황인 게 더불어민주당 형편”이라며 “그럼에도 민주당 후보로 나오며 단 한마디의 언급도 사과도 출마선언문에 없다는 것을 많은 시민이 눈여겨봤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선거 과정을 통해 다시는 권력형 성범죄가 발을 못 붙이는 서울시, 공직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깊이 있는 토론을 기대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전날 박 전 시장이 과거 비서에게 한 성적 언동이 일부 사실이었고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판단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인권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피해자와 서울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더불어 남인순 의원 역시 “고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의 성희롱 등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지수인턴기자 jisuk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