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목요일 아침에] 일론 머스크가 한국에서 사업한다면

임석훈 논설위원

경쟁국 稅지원 등 기업유치 혈안인데

우리는 재해법·이익공유 등 압박 가속

외국인 직접투자도 2년째 10%대 급감

국내외 기업 다 떠나야 역주행 멈출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연말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로 이사한 사실을 공개했다. 머스크는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 대해 “광범위한 규제와 관료주의로 스타트업 탄생을 억누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경영계서는 머스크의 탈(脫)캘리포니아 배경에 높은 세금도 있다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주의 개인 소득세율은 최고 13.3%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법인세율도 8.84%나 된다. 반면 텍사스주와 네바다·플로리다·워싱턴·알래스카 등은 주(州) 차원의 소득세가 없다. 텍사스주는 법인세율도 0%다.

자본과 인재는 세금이 적고 규제가 덜한 곳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 여건이 나빠지자 낮은 세율을 따라 본사를 옮기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들을 잡으려고 파격적인 세제 지원 등으로 유혹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감세와 고용 혜택 등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 유치에 나섰다. 투자 기업에 최장 50년 동안 세금 감면 또는 면제를 해주고 자국민 일정 비율 고용 등의 각종 규제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수도 리야드를 인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능가하는 중동 비즈니스 중심지로 키우는 게 목표다. 이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챙기고 있다.

한 달 전 인도 정부는 북부 노이다 지역에 대규모 디스플레이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특별 재정 인센티브를 승인했다. 약 1,000억 원 규모의 재정 혜택과 함께 공장 설립에 따른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인도 정부가 제조업 육성을 위해 투자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삼성 같은 글로벌 업체들이 인도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 테슬라는 인도 5개 주 정부와 지사 설립, 연구개발(R&D) 센터 및 제조 공장 설립을 논의하며 인도 진출을 본격화했다.



우리 정부도 해외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되레 외국 기업들의 투자는 내리막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전년에 비해 11% 이상 줄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다. 외국인 투자 기업 등록 말소 건수가 지난 2018년 791건, 2019년 738건 등 외투 기업의 한국 철수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세계 경기 부진과 코로나19 확산에 원인을 돌리고 싶겠지만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엄격한 주52시간제 강행, 외투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조치 폐지 등 투자 여건 악화가 주범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경제’를 29번이나 언급했다. 취임 후 4년간의 신년사 중 가장 많다. 지난해(17번)에 비해서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경제 회복을 국정 최우선에 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해에도 이어지는 여당의 입법 독주는 대통령의 ‘경제’ 강조를 무색하게 한다. 지난해 연말 기업 규제 3법을 단독 처리하더니 해가 바뀌자마자 경제 회복에 앞장서야 할 기업인의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상생 협력을 핑계로 이익공유제에 부유세·사회연대세까지 들고 나왔다. 이익공유제를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 방식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거론하지만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매한가지다. 4년 내내 친노조 정책으로 기업인을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한 것도 모자라 코로나 터널에서 힘들게 실적을 낸 기업들에 번 돈을 갹출하라고 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영계가 경제 회복에 매진하고 외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익공유제 등은 여권의 선거 전략과 맞닿아 있어 오는 4월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기업을 압박해 생색을 내려는 시도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른 나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으려 기업 유치에 불을 켜고 있는데 한국은 있는 기업도 밖으로 내몰고 있다. 얼마나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대한민국을 등지고 쓰러져야 역주행을 멈출 것인가. sh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