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을 보호하고 생명을 구하는 데 로봇은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재난 대응 로봇 개발의 첫 성과를 바탕으로 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 전력하겠습니다.”
대형 로봇팔을 장착한 국내 첫 재난 대응 로봇 기계 개발을 주도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조정산(45) 유압로봇팀장은 2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개발로 실제 사고 현장에 투입돼 구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재난 로봇 시대의 첫발을 뗐다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생기원은 소방관 등 구조자가 탑승하고 웨어러블 조종 장치를 이용해 로봇팔을 자신의 팔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로봇팔 특수 목적 기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생기원이 한양대·한국전자기술연구원·한국기계산업진흥회 등과 함께 개발한 이 기계는 굴삭기와 비슷한 모습에 길이 6m에 달하는 로봇팔 2개가 달려 있다. 왼손으로는 다양한 물체를 잡을 수 있으며 오른손은 절단과 파쇄·벌리기 등의 작업이 가능하다. 팔을 뻗은 상태에서도 최대 200㎏을 들 수 있고 22㎜ 두께 철근도 절단한다.
조 팀장은 “팔을 구부리면 최대 2톤의 무게도 들 수 있어 사고 현장에서 유용하다”며 “유압 방식(액추에이터)으로 기존 로봇에 쓰이는 모터 구동 방식보다 강력한 힘을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봇팔 하나에만 관절 7개가 붙어 있다. 시멘트 덩어리를 부수고 샌드위치 패널을 뚫는 등 다양한 작업들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총 14개 관절 움직임을 사람이 일일이 계산해 조종할 수 없어 웨어러블 장치(K핸들러)를 달았다. 사람 동작을 인식해 로봇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하는 데는 자체 개발한 ‘마리오네트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조 팀장은 “일부 소방서에서도 건설용 굴삭기를 도입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조종이 어려워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로봇팔과 웨어러블을 연결하는 알고리즘과 설계 기술로 현장 소방관도 직접 조종할 수 있는 재난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과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원천 기술 개발로 실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는 “상품화를 원하는 기업과 시장이 조성되고 정부 지원 및 투자가 원활히 이뤄진다면 3년 내 현장에서 시험 운전도 가능할 것”이라며 “원천 기술인 만큼 우리나라가 해외시장에서 기준을 만들고 시장을 선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명지대에서 로보틱스로 박사 학위를 받은 조 팀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을 거쳐 생기원까지 25년간 로봇만 연구한 로봇 전문가다.
그는 “재난 현장은 물론 위험한 작업이 많은 건설·산업 현장이나 지뢰 제거 등 국방 관련 분야까지 로봇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생명을 보호하는 로봇 기술을 구현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