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워싱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폭도들이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의정(議政)을 마비시키는 사태가 발생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이 ‘반란(insurrection)’을 배후 선동한 혐의로 두 번째 탄핵 소추를 당했고 민주주의 지도국가로서 미국의 위신은 추락했다.
이 틈새를 놓칠세라 북한은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규정하고 핵 잠수함과 전술핵 미사일 및 극초음속 무기 등 첨단 ‘핵병기’ 개발을 공언하면서 조 바이든 신정부의 대북 의지를 시험하려 한다. 선거 후유증 수습에 바쁜 바이든 팀을 초반에 기선 제압하겠다는 벼랑 끝 전술이다. 또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강력한 국방력에 의한 조국통일’을 선언함으로써 지금까지 거짓 핵 개발 명분이었던 ‘자위적 핵 억제력’에서 본색을 드러내 통일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했다. 대남전략의 중대한 전환이자 우리 국가 안보에의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핵 개발 목적과 의도에 대해 그동안 좌파 인사들은 숱한 왜곡 논리와 궤변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트렸다. 북한이 본래 핵 개발 의지가 없으며 단지 협상용 또는 경제 지원 획득 목적이라고 평가절하하는가 하면, 미국의 핵 위협에 대한 불가피한 자위 조치로 이해할 만하다는 주장도 있었고 미국은 핵 개발을 하면서 왜 북한은 불평등하게 막는가 등 한국의 안보를 외면하고 국제사회의 ‘핵 확산 금지’ 원칙을 부정하는 목소리도 난무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귀순 직후 밝힌 대로 북한의 핵 개발은 6·25전쟁 직후부터 기획되고 추진돼온 한반도 적화통일을 위한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다. 맥 마스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등 유수의 안보 전문가들도 북한은 핵이 남한 정복과 한반도 통일 목적이기에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북한의 신형 핵무기 과시와 협박에도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의 연내 답방을 기대하며 대화 준비에만 올인한다. 안보 차원에서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이다. 북한의 선의만을 고대하는 희망적 사고의 전형인지, 북한 실상과 괴리된 ‘오인식→확증 편향’의 결과인지, 인질이 됐음에도 테러범을 변호하는 스톡홀름 증세인지, 전쟁 중에 평화를 외치는 투항 주의의 극치인지 그 심리 상태가 미스터리하다. 분명한 것은 현 정권의 대북 인식이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에 심대한 해악을 끼칠 만큼 비현실적·비이성적이라는 점이다.
바이든 신정부의 동북아 전략 핵심은 중국 견제와 북한 압박으로 압축된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국가안보회의(NSC) 확대를 추진하면서 인권·민주주의 및 기술 혁신, 지구 건강 분야에 중점을 두려 한다. 신설된 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에 커트 캠벨 전 국무부 차관보가 임명된 것은 의미가 깊다. 그는 내정되자마자 한국의 ‘민주주의 10국 연합(D10)’과 ‘쿼드’ 가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현실적 인식을 보유한 그는 대북 제재·압박 강화와 힘에 입각한 협상 전술을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이 올해 역점을 두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자유 진영 국가들의 ‘민주주의 가치와 정신’ 공유와 동맹 파트너십 회복을 위한 것이다. 트럼프 시기에 방치됐던 도덕률이 외교정책의 대전제로 복원되면서 북한 인권 문제는 새로운 어젠다로 부상할 것이다. 최근 입법 발효된 대북전단금지법은 한미 대북공조에 결정적 난관이 될 수 있다. 청교도들이 건국한 미국에 ‘인권’은 대외 전략의 근간이다. 인권 이슈는 국제적으로 문 정권의 정체성과 존립 근거를 근저에서 무너뜨리는 뜨거운 감자임을 깨달아야 한다.
자유 민주주의 확산, 특히 표현의 자유는 현대 국제정치의 주요 추세이며 한 나라 선진화의 척도이다. 지금 국제사회는 19~20세기에 주효했던 주권 중심의 무대가 아니다. 인권이 주권에 우선하는 글로벌 공동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국의 대북전단금지법 비판을 내정간섭이라고 역공한 집권당의 시대착오적 인식에 개탄을 금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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