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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도 견제...달러 기축통화 지위 흔들릴 수도

[바이든 정부 출범]

美 돈 풀기에 약달러 지속 전망

EU 달러의존 낮추는 정책안 확정

中 CBDC 상용화 움직임도 변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가에서 미국 달러화 약세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로 피해를 봤던 유럽연합(EU) 역시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상용화 움직임도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 록다운(봉쇄)이 시행되자 안전 자산에 자금이 쏠리면서 달러 가치가 치솟았다. 이 때문에 유로와 엔·파운드 등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미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가 지난해 3월 한때 103.80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록다운이 이어지고 경제활동이 차질을 빚으면서 달러 가치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89.40까지 내려앉았다. 과거 저점을 기준으로 한 심리적 저항선인 87도 무너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시장에 달러가 많이 풀리면 달러 가치는 하락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은 후 달러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국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가치가 반짝 상승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기 부양 조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고 있는 바이든 당선인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구조계획’이라고 이름 붙인 총 1조9,000억 달러(약 2,100조 원)의 대규모 코로나19 억제 및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올해 달러 가치가 20%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달러 약세 기조가 달러 패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약달러가 초래할 단기간의 현실적 위험 요인은 글로벌 환율 전쟁의 재연 가능성이다. 미국과의 전방위 갈등 와중에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 통화 결제 확대를 하고 있는 점도 달러 영향력 약화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2013년 중국과 러시아 간 교역에서 2%에 불과했던 자국 통화 비율은 지난해 25%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법정 디지털화폐인 ‘디지털 위안화’ 상용화 추진도 미국이 구축한 ‘달러 제국’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래의 국제통화가 될 수도 있는 디지털화폐에 대한 플랫폼을 중국이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은 여전히 ‘디지털 달러화’ 발행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 달러를 발행했을 때 기대되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동맹인 EU의 달러 패권 견제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하루 전인 19일 달러 의존을 낮출 수 있는 방안 등이 담겨 있는 정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미국 정부는 그간 이란이나 러시아 등에 경제적 제재를 가할 때 달러화를 중심으로 구축된 국제결제망에 대한 접근에 제한을 가했고 이 같은 제재 조치로 EU는 큰 타격을 받았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박성규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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