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 록다운(봉쇄)이 시행되자 안전 자산에 자금이 쏠리면서 달러 가치가 치솟았다. 이 때문에 유로와 엔·파운드 등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미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가 지난해 3월 한때 103.80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록다운이 이어지고 경제활동이 차질을 빚으면서 달러 가치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89.40까지 내려앉았다. 과거 저점을 기준으로 한 심리적 저항선인 87도 무너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시장에 달러가 많이 풀리면 달러 가치는 하락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은 후 달러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국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가치가 반짝 상승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기 부양 조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고 있는 바이든 당선인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구조계획’이라고 이름 붙인 총 1조9,000억 달러(약 2,100조 원)의 대규모 코로나19 억제 및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올해 달러 가치가 20%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달러 약세 기조가 달러 패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약달러가 초래할 단기간의 현실적 위험 요인은 글로벌 환율 전쟁의 재연 가능성이다. 미국과의 전방위 갈등 와중에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 통화 결제 확대를 하고 있는 점도 달러 영향력 약화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2013년 중국과 러시아 간 교역에서 2%에 불과했던 자국 통화 비율은 지난해 25%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법정 디지털화폐인 ‘디지털 위안화’ 상용화 추진도 미국이 구축한 ‘달러 제국’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래의 국제통화가 될 수도 있는 디지털화폐에 대한 플랫폼을 중국이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은 여전히 ‘디지털 달러화’ 발행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 달러를 발행했을 때 기대되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동맹인 EU의 달러 패권 견제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하루 전인 19일 달러 의존을 낮출 수 있는 방안 등이 담겨 있는 정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미국 정부는 그간 이란이나 러시아 등에 경제적 제재를 가할 때 달러화를 중심으로 구축된 국제결제망에 대한 접근에 제한을 가했고 이 같은 제재 조치로 EU는 큰 타격을 받았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박성규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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