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약 10일 동안 십수 건의 행정명령과 입법 지시 등을 내리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 걷어 내기 작업에 나선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제적 혼란, 인종 갈등, 의회 난입 사건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미국 사회에 터닝포인트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외신은 바이든팀이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중 일부를 대통령의 권한으로 뒤집을 수 있는 법령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이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가 이날 백악관 고위직 참모 내정자들에게 보낸 메모에 담겼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 같은 내용은 앞서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바이든 당선인이 공화당에 맞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정책 이슈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첫날 일부 무슬림 국가들의 입국 금지 철폐,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마스크 의무화 등 트럼프의 색채를 지워낼 10여 개의 행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바이든 당선인은 1,1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에게 시민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이민법을 의회에 제안한다. 이 법안에는 중앙아메리카에 대한 경제적 원조를 늘리고 안전한 이민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세입자에 대한 퇴거 및 학자금 대출 상환 기한을 연장한다. 마스크의 경우 단순히 착용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국내선 여객기와 기차·버스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 코로나19 검사를 현재보다 확대하며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구제 조치 등도 지시할 방침이다.
이 밖에 주요 공약인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를 확대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지시하며 유색인종 및 소외된 지역사회를 지원하고 기후변화 관련 정책과 형사 사법제도 개혁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클레인 비서실장 내정자는 “이러한 행정 조치는 위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안도감을 줄 것”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심각한 피해를 되돌리는 것뿐 아니라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것들은 시작에 불과하다. 코로나19와 싸우고 경제를 잘 재건하고 시스템적인 인종차별 및 불평등과 싸우고 실존하는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정가 안팎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이 논란이 컸던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들을 분명하게 정리하고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명확한 정책들을 실행하겠다는 계획을 취임 직후 쏟아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클레인 비서실장 내정자의 여러 행정 조치에 관한 언급은 바이든 정부가 출범 초기 의회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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