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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출산율 회복의 ‘필요조건’

천현숙 SH도시연구원장





인구 감소 뉴스가 충격적이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질러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 크로스’가 현실화했다. 오는 2029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될 것이라는 통계청의 인구 추계보다 9년이나 빠르다. ‘베이비붐’ 시절 연간 100만 명에 달하던 출생아 수는 지난 2020년 30만 명 아래로 내려앉았다. 고령 인구가 급속히 증가해 2025년에는 고령화율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한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마비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들의 불편과 피로감은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백신과 치료제가 보급되면 치유 가능하다. 반면 인구 감소는 성장률과 생산성 저하, 군 현역 자원의 감소, 연금 구조의 취약화 등 수많은 문제를 연쇄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영구적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코로나19의 무서움은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반면 저출산이 가져올 미래의 재앙에 대해서는 체감도가 높지 않다.

지난 연말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 계획’이 발표됐다. 생애주기별 대책 등 다양한 정책이 포함됐으나 분명한 한계점이 엿보인다. 기본 계획에 포함된 정책의 상당수는 이미 발표된 내용으로 신선한 제안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주거 지원 부분이 그렇다. 청년 맞춤형 임대주택 24만 가구 공급이나 임차 가구 금융 지원 40만 가구 등의 내용은 이전에 시행되던 정책들과 다를 것이 없다. 자녀를 낳고 키우는 일은 20~3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다. 임대주택을 제공한다고 자녀 양육의 부담이 가벼워지는 않는다.



저출산은 일자리·교육·주거·가치관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엮인 ‘엉킨 실타래’ 같은 문제다. 이 중 어느 하나만으로 풀 수는 없다. 다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주거 안정이 저출산 해결의 ‘실마리’ 중 하나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높은 주거비 부담과 주거 불안정은 출산은 물론 결혼 자체를 기피하게 하는 요인이고, 반대로 주거 안정은 출산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주택 가격이 올라 PIR이 상승하면 최초 내 집 마련 시기는 그만큼 늦어진다. 내 집 마련 후에도 대출금 상환 부담 때문에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자녀 출산과 양육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과거 강력한 산아 제한 정책을 성공한 경험이 있다. 그 때문에 당시의 각종 규제를 거꾸로 시행하고 여러 가지 인센티브까지 부여한다면 출산율 저하 현상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의 사고와 가치관은 그때와 전혀 다르다. 당연히 정책도 달라져야 하며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1977년 청약 제도가 도입됐을 당시 국민주택 공급 시 경쟁이 있을 경우 영구 불임 시술을 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는 제도가 있었다. 이 제도는 출산율이 1.5로 떨어진 1997년에서야 폐지됐다. 1996년까지도 셋째 자녀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저출산 대응이 너무 늦어 이미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출산율 회복을 위해 주택 시장 안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3자녀 출산 가구에 공공주택 반값 공급, 대출금리 제로, 소득세율 인하 등의 혜택을 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 운이 좋은 사람을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번 생에는 자녀를 둘 이상 낳은 사람이 나라를 구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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