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 중인 가운데 방역 지침의 허점을 노려 대면예배를 강행하는 교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시설의 경우 ‘예배 영상제작을 위해 20명까지 모여도 된다’는 예외조항을 악용해 20명씩 수 차례로 나눠 대면예배를 진행하는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9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교회 등 종교시설 모임을 연결고리로 한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도 용인의 한 교회 관련 확진자는 현재까지 113명에 달하며, 대구 수성구와 동구 소재 교회 3곳에서도 누적 확진자가 119명으로 늘었다. 또 경기도 수원과 강원도 원주 등지에서도 교회발 확산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3차 대유행 속에 종교시설에 대한 느슨한 방역지침이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은 지난 4일부터 동호회, 송년회 등 사적 모임의 경우 5명 이상의 집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종교시설은 사적 모임에서 빠졌다. 게다가 비대면 예배가 원칙이라면서도 ‘예배 영상 제작을 위해 20명까지는 모여도 된다’는 예외 조항을 달아 사실상 대면예배의 여지를 남겨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러한 우려는 일부 교회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새해 첫 주일을 맞은 지난 3일 경기도 광주시의 A 교회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사이 4번의 ‘쪼개기 예배’가 이어졌다. 마치 영상 제작을 위해 모인 것처럼 위장해 20명이 모인 뒤 대면 예배를 진행한 것이다. 교회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교인은 “이 교회는 지난달 말에도 관할 지자체의 지적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도 거리낌 없이 모여 예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청은 지난달 27일 해당 교회를 대상으로 주의 조치를 내렸지만 교회 내 여러 장소에서 진행되던 쪼개기 예배가 시간대별로 분산됐을 뿐 사실상의 대면 예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관할 지자체들은 현행 지침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실효성 있는 계도가 어려운 실정이다. 광주시청의 한 관계자는 “주일이면 예배현장에 직접 가서 점검하고 주중에 민원이 있는 경우에도 계도에 나선다”며 “해당 교회 역시 올해 초 수차례 방문해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교회에서는 여전히 사실상의 대면예배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지자체 관계자도 “현행 지침 때문에 골치가 아픈 게 사실”이라며 “대면 예배를 진행하는 걸 알지만 영상 촬영한다고 카메라 한대 가져다 놓으면 우리로서도 할 말이 별로 없다. 정말 영상이 올라왔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