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여야가 극한의 대결을 펼친 가운데 올해에도 이 같은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년 초부터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등의 일정이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특히 오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상대 당에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4월을 정점으로 국회가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올해 마지막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현실 인식 체계나 청와대의 인사 보좌 시스템 체계가 망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의 시스템 몰락과 인식 체계를 국민들이 다시 들여다보게 되고 역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것으로 인사청문회에서 혹독한 검증을 예고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국회는 새해 국회가 열리자마자 인사청문회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정권의 꼭두각시 같은 인물”, 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법원행정처장에게 예산 앵벌이를 강요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증인 신청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박 장관 후보자의 과거 지역구 예비후보 불법 선거 자금 논란과 피고인 신분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2019년 국회에서 공수처법 처리를 위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때 충돌을 빚으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측근이 과거 지역구 예비후보에 불법 선거 자금을 요구하고 금품을 수수해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야당은 이와 관련한 인사들을 증인으로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또 김 후보자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대대적인 검증을 예고했다.
이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꼼수와 시간 끌기로 개혁의 수레바퀴를 막을 수 없다”고 방어벽을 세웠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무분별한 증인 신청을 한다면 이에 반대하면서 맞설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실제 추미애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여당의 반대로 증인이 없는 상태로 청문회가 치러진 바 있다. 증인 없이 진행된 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경우 야당의 거센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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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도 뇌관이다. 이 법은 원청·하청은 물론 어린이집·제과점 등 소상공인까지 대상에 넣어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일어나면 기업주나 경영책임자가 2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법이다. 하지만 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법사위에서조차 작업장의 사망 사고와 기업주 과실의 인과관계 추정, 처벌 수위, 처벌 대상에 대한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법안은 오는 1월 5일 법사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쟁점이 많아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여당이 지지층의 불만을 우려해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 일방 처리를 강행할 수도 있다.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입법도 여야의 또 다른 충돌 지점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1월 말 또는 2월 초에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공수처 출범과 강성 검찰 개혁론자인 박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오르는 즉시 검찰 개혁 시즌2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도 밀리지 않고 맞설 태세다. 연초부터 여당에 밀리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오만과 독선의 결말이 얼마나 불행한지 숱하게 봐왔다”며 “1년여 남은 대통령의 시간이 불행한 역사의 반복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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