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전문]북한에 자식·동생잃은 유가족들의 편지 “진실은 밝혀질 것”

아들 잃은 웜비어 부부 편지에 이래진씨 답장

"두 분이 北만행 알린 것처럼 진실 밝혀져

비극적인 슬픔 속에서 연대의 정을 느낀다

정부, 근거 없이 동생 월북자로 몰아붙여"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표류 중 북한군에 사살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외교부 장관을 면담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에 의해 동생 어업지도원 이씨를 잃은 형 이래진씨가 프레디·신디 웜비어 부부에게 “두 분께서 전 세계에 북한의 만행과 실상을 알리신 것처럼 이 사건의 진실도 언젠가는 밝혀져 정의가 찾아올 것”이라고 답장했다.

이래진 씨가 22일 서울경제에 보낸 편지에 따르면, 이 씨는 “우리는 똑같이 북한 정권의 반인도범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며 “이 비극적인 슬픔 속에서 저 역시 프레드, 신디 웜비어 두 분을 향한 무한한 연대의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프레디·신디 웜비어 부부의 아들인 오토 웜비어씨는 대학생 신분으로 지난 2015년 북한에 방문했다가 17개월 동안 억류, 감금됐으며 고문으로 인해 뇌조직이 심각하게 손상되어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 2017년 6월 미국으로 송환되었으나, 엿새 후인 6월 19일 사망했다.

사흘 전인 지난 18일 웜비어 부부는 먼저 이래진 씨에게 편지를 보내 유가족으로서의 아픔을 공유했다. 이들은 편지에서 “우리의 굳은 연대를 맹세한다”며 “우리도 북한 김정은 정권의 끔찍한 인권침해와 거짓말의 피해자였다. 여기에 굴하지 않고 그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래진 씨는 “저를 비롯한 우리 가족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위로와 지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이 비극적인 슬픔 속에서 저 역시 프레드, 신디 웜비어 두 분을 향한 무한한 연대의 정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이래진 씨는 “진실을 알고 싶다. 북한 정권이 동생을 참혹하게 살해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동안 우리 정부는 동생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대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알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래진 씨는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동생의 죽음을 규명하고 북한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우리 정부는 오히려 명확한 근거도 없이 동생을 자진 월북자로 몰아붙여 명예를 훼손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두 분(웜비어 부부)께서 전 세계에 북한의 만행과 실상을 알리신 것처럼 이 사건의 진실도 언젠가는 밝혀져 정의가 찾아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래진 씨는 “웜비어 부모님께서 보여주신 불굴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저의 굳은 연대를 맹세한다”며 편지의 끝을 맺었다. 다음은 편지 전문이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아들 오토 웜비어(왼쪽)와 아들의 석방을 애타게 기다려 온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의 모습./AP 연합뉴스




웜비어 부모님께

먼저 저를 비롯한 우리 가족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위로와 지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똑같이 북한 정권의 반인도범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습니다. 이 비극적인 슬픔 속에서 저 역시 프레드, 신디 웜비어 두 분을 향한 무한한 연대의 정을 느낍니다.

대한민국 공무원이었던 제 동생은 공무 수행 중 차가운 바다에 빠져 30시간 넘게 표류했습니다. 북한군에 의해 발견된 후에는 6시간을 넘게 물속에서 끌려만 다니다 그대로 총살되었고 시신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불태워졌습니다.

저는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북한 정권이 동생을 참혹하게 살해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동안 우리 정부는 동생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대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수차례 우리 정부에 최소한 유가족에게라도 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저 기다리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동생의 죽음을 규명하고 북한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우리 정부는 오히려 명확한 근거도 없이 동생을 자진 월북자로 몰아붙여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우리는 월북자 가족이라고 손가락질 당할 것이 두려워 동생의 이름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생의 여덟 살난 딸은 아직도 제 아빠가 살아있는 줄 압니다.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웜비어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편지에 다시 힘을 내봅니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두 분께서 전 세계에 북한의 만행과 실상을 알리신 것처럼 이 사건의 진실도 언젠가는 밝혀져 정의가 찾아오겠지요.

오늘은 동생이 우리를 떠난 지 한 달째 되는 날입니다. 웜비어 부모님께서 보여주신 불굴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저의 굳은 연대를 맹세합니다.

<끝>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