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치권을 강타했던 ‘안철수 신드롬’의 주인공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났다. 그는 2011년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지 10년 만에 치러지는 내년 서울시장 보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로 다시 거명되고 있다. 안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서울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서울시장 보선에 대해 “지금은 선거에 관심을 둘 때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문재인 정부 4년차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공정성 논란이 커지는데 대해 안 대표는 “잘못이 있어도 사과하지 않는 이번 정부는 진보정권이 아니라 퇴보정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선 “경제는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파탄났다”면서 낙제점을 줬다. 그는 요즘 정치권의 새 이슈로 떠오르는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 ‘기업규제 3법’에 대해 “시장의 공정성 확보는 법이나 제도를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라 행동과 관행이 바뀌어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를 약속했는데, 지금 보기에 어떤가.
△공정과 정의의 기본은 남에게 요구하는 원칙을 자기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자신들에겐 한없이 관대한 것을 넘어서 도덕 기준과 보편적 상식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이런 적이 없었다. 잘못이 있다면 사과하고 넘어간다는 원칙을 진보든 보수든 지키지 않은 정권이 없었는데 유독 이번 정권만 그러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진보정권이 아니라 퇴보정권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으로 공정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권력에 의한 탈영 무마다. 엄마가 권력자여서 덮어졌던 것이 추후 밝혀진 것으로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을 수호하는 게 법무부 장관의 일인데 그걸 어긴 것이다.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을 그만두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잘못한 점에 대해선 수사해서 재판에 넘겨야 한다.
-정부·여당이 권력기관을 장악해 독주하는 게 심각하다는 시각이 있는데.
△최근 방한했던 테레사 메이 전 영국 총리에게서 들은 말을 전하고 싶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방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됐지만, 이를 밀어붙이라는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변화 요구의 목소리로 해석해 반대했던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런 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 아니겠는가. 소수의 반대 목소리도 경청하는 게 민주주의인데 현 정부는 밀어붙이려고만 한다. 그건 전체주의다. 그들이 민주화 운동을 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민주주의 기본은 3권분립인데, 현 정권은 입법·행정·사법 분립을 완전히 무시한다. 입법부는 거수기 수준을 훨씬 넘어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 같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람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경제는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파탄 났다. 탈원전 강행을 비롯한 잘못된 경제정책들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정 확대 투입이 아니었으면 성장률이 엄청나게 떨어질 수 있다. 그런 정책으로는 국고만 탕진할 뿐이다. 지금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경제를 보는 시각이 매우 단순해서 월급을 올리면 소비가 늘고 경제도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커지고 있는데.
△부동산 정책 결정자의 사고가 너무 단순하다. 많은 세금으로 다주택자들을 때리면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전 국민이 그들의 생각을 실험해 보는 대상이 돼버렸다. 부동산 가격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잘못된 정책으로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줄어버렸다. 수많은 정책이 부동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토부 장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부총리나 국무총리가 주도해 부동산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안 대표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가.
△지금 시장 선거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언론과 일부 출마 희망자밖에 없는 것 같다. 국정감사와 예산 처리 등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최소한 국감은 지나고 11월이나 12월은 돼야 각 정당이 고민을 시작할 것이다. 지금은 출마를 고민해봐야 소용 없다. 지금 야권이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비(非)호감을 낮추는 일이다. 국민들로 하여금 야권에 다시 관심을 갖게 만들고 지지 계층을 넓히는 일을 해야 한다. 당장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면 야권에서 누가 나오든 힘든 상황이라고 본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등에서 야당 지지율이 여당에 크게 뒤진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10년 전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양보했었는데.
△2011년 보선 당시에는 내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정치에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박 전 시장이 무소속으로 끝까지 가겠다고 해서 도운 것이고, 그게 전부다.
-정부·여당이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 ‘기업규제 3법’의 국회 처리를 추진 중이고, 여기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감을 표시했다.
△시장의 공정성 확보는 법이나 제도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라 행동과 관행이 바뀌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현 정부는 지배구조를 바꾸는 데에만 관심을 둔다. 우리나라에선 제도보다는 관치를 일삼는 관행과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에 대해 각계의 평가가 엇갈리는데.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것에서 우선 변화 의지가 읽힌다. 실용정치를 향한 움직임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김 위원장 혼자 바뀐다고 되는 게 아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출범 경험에서 몸소 깨달았을 것이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내부 구성원 등 모두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은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가.
△아직도 정확한 노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본소득이나 상법 개정 등에 대해 부분적 의견만 내놓았을 뿐 여전히 통일된 노선 정리가 부족하다.
-국민의당에도 통일된 노선이 없는 것 아닌가.
△국민의당의 통일된 노선은 사익을 추구하는 부정부패 정치, 조폭처럼 판단 기준을 우리 편이냐 아니냐에 두는 패거리 정치,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 등을 추방하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실용 정치, 국민을 섬기는 정치, 도덕적으로 앞서 가는 정치가 우리가 생각하는 새 정치다.
-1년 6개월 뒤 치러지는 대선에 직접 도전할 생각은.
△대선후보는 자기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지난 대선 때 출마 선언을 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곧바로 포기했고 김종인 위원장도 출마 선언 후 1주일 만에 접지 않았는가. 다른 것은 몰라도 대선후보는 국민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지, 출마하겠다고 말부터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 등 외교안보 정책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현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은 파탄 수준이다. 한미동맹은 약해졌고, 일본과의 관계는 최악이요, 중국으로부터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북한과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우리에게 어떤 부탁을 하거나 손을 내미는 경우는 딱 하나인데 우리와 강대국의 관계가 좋을 때다. 그럴 때 우리에게 도움을 얻기 위해 손을 내미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이 보기에도 손을 내밀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중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외교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남북관계와 한일관계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다 보니까 외교가 파탄 나고 국익에 심각한 피해가 생긴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를 잘 극복해나가고 있다고 보는가.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정부가 자화자찬하는데.
△방역에 공이 가장 큰 주역은 국민들이다.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높은 시민의식이 있었기에 이 정도의 관리가 가능했다. 두 번째는 의료인 덕분이다. 우리 의료 시스템은 의료 정책 결정은 정부가 하되 실행은 민간과 의사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그 덕분에 민간의 빠른 실행이 가능했다. 반면 의료시스템이 국가 주도적이었던 유럽의 핀란드나 민간 주도적이었던 미국은 우리보다 피해가 컸다. 정부의 방역 시스템 대부분은 지난 정부 때 메르스를 경험하면서 보완해 만들어놓은 것이다. 메르스를 겪었던 대만에선 코로나 피해가 적은 반면 메르스를 겪지 않은 미국에선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다. 현 정부가 자랑할 일은 없고, 오히려 관리 역량이 부족하다고 본다. 문 대통령까지 나서 ’종식‘을 언급하고 쿠폰을 뿌려 가며 섣부르게 소비 진작을 밀어붙이다가 코로나 2차 확산의 문턱까지 이르게 한 것 아닌가.
-일부 보수 단체 등이 개천절 거리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은 코로나 재확산의 문턱에 있다. 100여년 전 스페인 독감 때도 2차 확산 때 피해 규모가 더 컸다. 대규모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규모 집회를 한다면 반감을 일으켜 많은 국민들이 정부 편에 서게 만들 것이다. 나라를 생각해서 한 행동이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낳아 문재인 정부를 돕게 될 뿐이라는 점을 냉정하게 판단해 행동했으면 좋겠다.
/문성진 논설위원 hns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