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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벤처생태계와 공공조달 혁신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혁신창업에 도전하는 벤처기업이 필연적으로 극복해야 할 고비가 있다. 기술을 제품화하는 단계의 ‘죽음의 계곡’과 제품을 시장에 출시해 산업화하는 ‘다윈의 바다’가 그것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신제품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시장에서 다른 제품과 경쟁하며 이익을 내야 하는 다윈의 바다를 거쳐야 한다.

새로운 혁신창업의 확산도 중요하지만 다윈의 바다를 극복하고 스케일업에 성공하는 기업이 많아져야 결국 국가 경제가 성장할 수 있고 좋은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벤처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지나 본격적인 양산과 시장경쟁에 진입할 때 ‘공공조달시장’은 이들 창업기업이 다윈의 바다를 극복하는 데 큰힘이 될 수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인터넷과 자율주행차·로봇 등 첨단기술 분야의 상당수가 미국 국방성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지금도 미국 국방성은 미사업화 혁신제품을 우선 구매해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상용화와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위사업청도 올해 4차 산업혁명 기반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구매하고 군 시범운용을 위한 ‘신속시범 획득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기술개발 방향을 유도하고 개발된 제품은 공공조달시장으로 연결함으로써 혁신제품의 사업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조달청도 도전적인 아이디어 제품 개발과 창업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기술혁신 시제품 시범구매’ 사업을 소액의 예산으로 시작했다. 차제에 자율주행이나 스마트의료 등 신산업 분야의 혁신적 조달품목을 사전에 선정하고 예고하는 ‘혁신조달 패키지 사업’을 제안한다.



혁신벤처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참여 확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납품실적이나 인증보유 등 전통적 방식의 조달체계를 개선해야 하며 무엇보다 공공기관인 발주기관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단기간에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과 디지털 뉴딜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사업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에만 편중되지 않도록 공공조달기관은 공정하고 엄중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대기업과의 불공정거래 관행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벤처기업의 애로가 적어도 공공조달시장에서 재연되지 않기 위해서는 발주기관의 인식전환과 함께 엄중한 조달행정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우수한 혁신벤처기업 제품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확대도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전통적인 생계형과 생활밀착형 업종을 중심으로 대기업의 진출 자제를 권고하고 있으나 혁신성장을 선도할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스케일업을 유도하기 위해 범용적이며 우수한 품질의 혁신제품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이 필요하다.

벤처창업은 고난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에서 죽음의 계곡을 넘고 다윈의 바다를 건너 글로벌 벤처로 성공하는 사례가 많아져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고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는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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