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초고가 전세 시대가 열렸다. 매매가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제한되는 등 정책상 초고가 주택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거치는 동안 서울 강남과 서초구를 중심으로 매매가가 아닌 전세가가 15억원을 넘는 초고가 전세가 등장하고 있다.
<강남 전용 84㎡ 전세 16억 시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전용 84㎡가 16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달 1일 11억2,000만원에 거래됐지만 7·10 발표 후 보름만에 5억원 가까이 뛰었다. 같은 동네의 ‘아크로리버뷰’의 전용 84㎡도 같은 날 16억5000만원에 체결됐다. 14억원대에 거래되던 7·10 대책 이전과 비교해 3억원 가량 올랐다. 강남권 전용 84㎡ 아파트 전세값이 16억원을 돌파하면서 사실상 마포구의 같은 크기의 이른바 ‘대장아파트’들의 매매가와도 차이가 없게 됐다.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의 전용84㎡는 현재 호가가 17억원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34㎡는 보증금 21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한달전 거래 가격인 18억8,000만원과 비교해 2억7000만원 뛰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 6월 23일 보증금 15억원에 전세계약돼 5월 계약(12억원)과 비교하면 3억원 급등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둘째주 기준 서울에서는 강남권 아파트의 전세금 상승률이 2주 연속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강동구(0.30%)가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고 강남(0.24%)·서초(0.21%)·송파구(0.26%) 등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마포구(0.19%)와 성동구(0.15%), 서대문구(0.14%), 성북구(0.12%) 등도 전세금 강세가 이어졌지만 강남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세 올리자 임대차 3법 부작용>
강남에서 전세값이 치솟는 일차적인 원인은 강남 입주물량 부족이다. 통상 강남권은 전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의 20%선이었지만 지난해는 10% 아래로 떨어진 뒤 올해는 한자리수 비율까지 떨어졌다. 국토부 입주 물량 통계를 보면 상반기 서울 입주물량은 2만7,000가구인데, 이중 강남권은 약 2,100가구다.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6·17과 7·10 대책이다. 강남권 일대 부동산들은 “전세 매물은 6·17 대책 이후 씨가 마르고 있다”는게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는 지난 6·17대책에서 재건축 조합원이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을 실거주해야 하는 요건을 신설했다. 은마아파트 등 기존에 재건축 투자자들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해야 하는 수요가 커진 것이다. 이어 7·10 대책에서는 다주택자의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강화하는 내용을 발표되면서 기존 세를 주던 집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대차 3법도 전세값 상승을 부추기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 직전 임대료의 5%를 초과해 임대료를 올릴 수 없게 된다. 특히 당정은 이 규정을 기존 계약까지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법 시행전 미리 4년 치의 임대료 상승분을 반영해 보증금을 책정하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리터랩장은 “공급이 줄고 있는 데 더해 임대차 3법 등 단기의 제도변화에 대한 시장의 심리 상황이 전세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임대인 입장에서 보유세 부담이 늘고 임대차 3법 통과될 수 있기 때문이 지금 올려야 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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