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의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지방의원과 단체장 등에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구속된 현직 국회의원 부부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날이 아베 신조 총리에게 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시 금품을 받은 한 지방의원이 ‘아베 총리가 주는 돈’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폭로해서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난 18일 중의원 의원인 가와이 가쓰유키 전 법무상과 부인인 가와이 안리 참의원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가와이 부부는 지난해 3월부터 부인 안리 씨가 참의원으로 출마할 예정이었던 히로시마 지역구의 지방의원 및 후원회 간부 등 94명에게 2,570만엔(약 2억9,000만원)을 뿌린 혐의를 받았다.
1996년 처음 중의원에 당선된 가와이 전 법무상은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아베 총리의 당 총재 외교특보를 지낸 최측근이다. 지난해 9월 법무상에 발탁됐다가 주간지 보도로 부인의 돈 선거 의혹이 불거지자 그 다음달에 사임했다.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아베 총리 등 자민당 지도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부인 안리 씨는 2석이 배정된 히로시마 선거구에서 야당계 후보에 밀려 2위로 당선했고, 다른 자민당 후보였던 미조테 겐세이 전 공안위원장은 낙선했다.
당시 자민당 본부가 안리 후보에게 지원한 자금은 4월 15일부터 6월 27일까지 총 1억5,000만엔으로 미조테 후보(1,500만엔)의 10배에 달했다. 이를 두고 일본 정치권 일각에선 자민당이 야당 시절이던 2012년 아베 총리를 “이미 과거의 인물”이라고 혹평하는 등 아베 총리 비판에 앞장섰던 미조테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선거였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민당이 안리 씨에게 지원한 선거자금이 그대로 지방의원 등에 뿌려진 정황을 뒷받침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아베 총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히로시마현 후추마치 의회의 시게마사 히데코 의원은 지난해 5월 중순 부인인 안리 씨의 사무실에서 남편인 가와이 전 법무상으로부터 30만엔을 받았다면서 당시 “아베 씨가 주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부인인 안리 씨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시게마사 지방의원은 아베 총리 이름이 나와 거절하지 못하고 받았다며 지금까지 쓰지 않고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5일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코멘트할 수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스가 장관은 또 자민당이 가와이 후보 측에 지원한 1억5,000만엔이 매표에 사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가와이 부부가 뿌린 돈의 출처를 놓고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주는 돈’이라는 증언이 나옴에 따라 자민당 선거자금과 아베 총리 쪽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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