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핵심은 이른바 ‘3기 신도시’이다. 도심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3기 신도시면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신도시의 교통난을 해결해 줄 구세주는 바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이다. 만약 GTX 요금이 고액으로 결정된다면 어떻게 될까. 3기 신도시 주민들의 상당수가 교통비 부담을 못 견뎌 서울로 다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광역철도를 건설했다. 그런데 요금이 너무 오르면서 신도시가 유령의 도시로 변한 사례가 적지 않다.
GTX 요금은 어떻게 보면 3기 신도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요소다. 정부는 현재 GTX 요금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일단 현 시점에서 서울경제가 확인한 결과 국토교통부가 2023년 말을 목표로 추진 중인 GTX-A의 경우 정기권 할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반면 정기권 할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킨텍스~서울역 3,500원 수준’, “정기권 할인은 검토 안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공개돼 있는 GTX-A의 운임에서 정기권 등을 통한 추가 할인이 있는 지를 묻는 서울경제신문의 질문에 “정기권을 도입할 경우 요금체계가 복잡해진다”며 “현재로서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운임이 수요예측과 민자사업자 측의 수익률 등을 고려한 요금 수준인 만큼 정기권 도입은 이를 흔들 수 있다는 취지다.
현재 추진되는 총 4개 노선의 GTX 가운데 진도가 가장 앞선 노선은 파주-삼성~동탄을 잇는 GTX-A노선이다. 현재 운임 정보가 나와 있는 유일한 노선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월 킨텍스에서 서울역(26.3㎞)까지 운임이 3,500원 수준이라고 공개했다. 이 운임은 사업제안서상 운임인 기본요금 2,419원(10km 이내)에 5km당 추가 요금 216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슷한 노선의 M버스 운임(2,400원)과 비교하면 1,100원 가량 높다.
이를 기반으로 계산하면 파주~삼성역은 약 3,931원 수준이다. 운정신도시에서 삼성역까지 한달 22일 출퇴근할 경우 17만 3,000원이다. 이는 대화역에서 교대역까지 가는 3호선을 이용할 경우(8만 1,400원)보다 2배 이상 높다. 다만 소요 시간은 GTX-A가 20분, 지하철이 90분으로 1시간 10분 가량 줄어든다.
국토부는 “차별화된 고속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체 노선도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해 현재의 운임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별도의 정기권 할인을 검토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 수도권 환승체계 편입은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며 “버스를 타고 GTX로 갈아탈 경우 환승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삼성 6,000원 될 수 있다”…개통 직전 요금 인상 불가피>
교통 전문가들은 GTX-A가 수도권 정기통근 이용자들을 위한 별도의 할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이 높다. 현재 기준으로는 파주-삼성이 3,900원 수준이지만 개통 시에는 그보다 더 오를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실제 매년 물가상승률을 2% 정도로 가정했을 때 실제 개통하는 5년여 뒤엔 이보다 7~8% 상승할 수 있다. 파주-삼성 기준 4,250원 수준이 되는 셈이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교통물류연구실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공개된 요금수준은 기존 광역철도나 버스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며 개통 시점에는 물가상승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높은 운임은 상당한 논란이 될 것”이라며 “국내 다른 교통수단이나 해외 사례를 고려해 통근 이용자들의 부담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본 도쿄의 철도는 통근통학용 정기권에 36.7%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등 각국은 최소 7%에서 최대 70.6%의 정기권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서울 지하철 9호선도 26.7%의 정기권 할인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실제 개통시기가 임박하면 물가상승률 이상의 요금 인상 압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강남지역 주민들의 공사 민원에 따른 토지 보상 비용 증가, 공기 연장 등의 책임 소지에 따라 운임상승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유승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 프리미엄 버스를 M버스와 함께 광역 교통수단으로 검토하면서 요금을 고민한 적이 있다”며 “당시 검토 내용에 비춰보면 파주-삼성 구간 기준 M버스가 2,800원일 때 GTX는 현실적으로 6,000원 선 정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 교수는 “GTX가 갖는 차별적 교통 수단의 의미와 실제 민자사업의 안정적 재무구조를 고려할 때 이같은 요금이 추정된다”며 “6,000원을 기본 요금으로 하되 정기권을 발행해 통근이용자들의 비용을 낮추고, 낮 시간·할인 등을 적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교통비 수십만원이면 서울 반전세가 낫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GTX의 운임 수준이 교통 뿐 아니라 수도권 인구 분산과 이에 따른 주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 학과 교수는 “민자방식은 시간이 지날 수록 운임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데, 맞벌이 금액으로 100만원에 가까운 수준이 되면 서울에서 반전세로 사는 게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며 “서울 역귀성 수요는 서울 도심 전월세 상승을 부르고, 전월세가 집값을 밀어올리게 돼 서울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국토부 측은 민자 사업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흐를 수록 운임이 상승하는 구조는 아니라고 반박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공요금은 정부에서 여러가지 방안으로 인상을 자제 시키는 관리를 하고 있고 행여 손실이 나더라도 요금 인상 외에도 손실을 메울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수단이 있다”며 “실제 민자 고속도로의 경우 운영기관을 늘리는 식으로 오히려 요금을 인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교통물류연구실 연구위원은 “GTX가 민자사업이긴 하지만 소비자 입장, 또는 국가 정책적 측면에서 볼 때 더 많은 주민이 이용 하는 게 성공일 수 있다”며 “수익성과 공익성을 놓고 기재부와 국토부의 이견도 예상되지만, 결국 공공 대중교통이라는 점을 고려해 요금 체계가 확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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