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촉발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의 발생지 미니애폴리스의 한 주택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유는 하나. 소녀들이 만든 팔찌를 사기 위함이다. 흥미로운 것은 팔찌를 사는 가격이 제각각이라는 점. 10달러를 내는 이, 50달러를 주는 어른, 심지어 10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든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얼굴에는 불만은커녕 오히려 환한 웃음이 자리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현지언론에 따르면 9세 흑인 소녀 캠린 존슨(Kamryn Johnson)과 그의 친구 5명은 미니애폴리스 지역사회를 위한 기부금 모금을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팔찌를 팔기 시작했다. 이들이 이날 오전까지 팔찌를 팔아 모은 기부금은 약 4만2,000 달러. 온라인 기부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를 통해 모은 2만 달러까지 포함하면 전체 모금액은 6만 달러를 넘는다.
캠린이 팔찌 판매를 결심하게 된 것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태 이후 미니애폴리스 기업과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팔찌의 이름도 정했다. ‘캠린과 친구들: 통합과 정의를 위한 팔찌’(Kamryn & Friends: Bracelets for Unity and Justice).
처음에는 아무도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줄 몰랐다. 전직 미식축구 선수인 케이린의 아버지 론 존슨조차 “6개 정도 팔면 많이 파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딸과 친구들의 활동이 이처럼 큰 반향을 일으킬 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역 라디오 방송국의 스포츠 분석가인 론이 방송에서 딸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 아이들이 집 앞에 설치한 가판대를 본 주민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들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아버지의 친구들인 전직 미식축구선수들이 찾아왔고 조앤 가벨 미네소타대학 총장도 팔찌를 사기 위해 소녀들 앞에 섰다. 가벨은 “자신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아이를 보는 것 보다 더 낙관적인 미래는 없다”며 “아이는 그것을 할 수 있고 나는 그녀를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격은 모양과 재료에 따라 1~5달러까지였지만 기부자들은 그 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아버지 론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10달러나 20달러, 50달러를 내고 팔찌를 가져갔다”며 “몇 몇은 100달러짜리 지폐를 주고 팔찌 하나를 가져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팔찌 판매로 얻은 수익금을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사업에 쓸 계획이다. 성당과 몇몇 지역 음식 배달점에 지원금을 전달했고 시위로 피해를 입은 흑인 사업체를 위해 지원도 나섰다. 론은 “우리는 흑인 기업, 특히 폭동 피해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을 받지 못한 기업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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