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의 학부모입니다. 온라인 매체 등 뉴미디어 등장으로 독서 지도가 점점 어려워져서 고민입니다. 초등학교에 곧 입학하는 아이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는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시대가 변하면서 독서 환경도 바뀌었습니다. 다양한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독서에서는 불가능하던 것들이 가능해졌습니다. 평면 그림이 영상이나 입체로 변하면서 정보를 더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독서에 다양한 소리와 영상이 더해져 아이의 생각이 책 밖으로 뻗어 나가게 됐습니다. 뉴미디어 등장으로 독서를 지도하는 입장에서도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스마트폰과 영상이 익숙한 아이가 책을 읽도록 지도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학부모는 아이들이 적어도 책과 새로운 미디어 사이에 적절한 균형감을 갖기를 바라지만 아이들은 뉴미디어와 접하는 순간 재미에 휩쓸리기 때문입니다. 뉴미디어 접촉 기회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아이가 스스로 독서에 몰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의 흥미를 뉴미디어에서 책으로 옮기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학부모가 장기적인 계획과 치밀한 전략을 세운다면 아이도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일 수 있습니다.
우선 아이와 함께 역할놀이로 시작하는 스토리텔링을 시도해보세요. 아이들은 영화나 만화에 빠지면 주인공을 흉내 내고 싶어 합니다. 역할놀이는 상대방 이야기를 듣고 맥락에 맞게 대화하면서 아이가 소통 능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밑바탕이 되기도 합니다. 역할놀이를 녹음해 아이에게 받아쓰기를 시키면 하나의 책이 완성될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역할놀이가 한 편의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하는 것입니다.
책을 멀리하고 영상만 좋아하는 아이라면 영상동화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영상동화만 보고 책을 멀리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지만 관심 없는 그림책을 억지로 보여 주기보다 영상으로 이야기 자체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낫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상동화는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는데다 등장인물 특징도 명확합니다. 게다가 다양한 시각효과와 효과음은 아이들이 더 쉽게 이야기를 이해하고 집중하게 만듭니다.
영상동화에서 얻은 흥미를 자연스럽게 독서로 옮겨가는 일이 중요한데 이때 학부모는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영상동화를 책으로도 함께 보여줘야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가 영상으로 전달되는 데 그치지 않고 단편적인 그림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겁니다. 책 전체를 읽기 버거워한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몇 장면만이라도 찾아보도록 부모가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라면 그림 몇 장면만으로도 전체 내용을 줄줄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의 소통을 통해 이야기 자체에 흥미를 느끼면서 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과정입니다.
무조건 아이에게 많이 읽도록 강요하는 것보다 책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부모가 할 일은 책 읽기에 다양한 놀이를 더해 감각의 폭을 넓혀주고 책보는 시간을 즐거움으로 채워주는 것입니다. 책에서 얻은 즐거운 경험은 아이를 점점 독서에 빠져들게 도와줄 겁니다. /노경진 대교 키즈잼 청평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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