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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만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정치공학만으론 사회적대화 안 풀린다"

[서경이 만난 사람]

노사정, 위기돌파 공감했지만 각론 들어가면 충돌 불가피

처음부터 이해관계 첨예한 최저임금 등 건드리면 협의 난항

고용보험 확대·상병수당제 도입 등 순차적 의견접근 필요

대담=최형욱 사회부장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김동만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사회적 대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곤란해했다. 김 이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한국노총 부위원장, 2015년 9·13 노사정 대타협 때는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노동계를 대표해 사회적 대화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서울경제와 인터뷰한 날은 공교롭게도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열린 바로 다음날이다.

“인터뷰를 이틀 전에만 했더라도 할 얘기가 참 많았을 것입니다. 노사가 각론에서 무엇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도 고민해왔는데….”

김 이사장은 대타협 시나리오에 대해 끝내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이번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 실망할 여지도 있을 수 있다”며 “너무 정치공학적으로만 가면 풀리지 않을 것이니 제도 개선 부분에서 복합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회적 대화는 22년 만에 민주노총이 참여해 공식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안에서 할 것인지, 밖에서 할 것인지를 두고서도 이견이 많았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유연근로제·최저임금 등 논쟁적이고 세부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순간 협의가 난항을 겪을 수 있으니 큰 틀에서 포괄적 제도 개선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하라는 게 김 이사장의 제언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시작됐다.

△지난달 총리 주재로 공관에서 이용득·김주영 전 한국노총 위원장, 단병호·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노동계 원로들이 모여 이야기했다. 코로나19로 지금 엄중한 시기이고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데는 모두가 공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우리가 혹독하게 당해본 적이 있지 않나.

다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입장은 다르다. 경사노위 안이든 밖이든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인데 조직적인 입장이 있다.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말이 현안을 가지고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까지 열어 경사노위에 들어오는 절차를 거쳐서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국가가 어려울 때마다 사회적 대화의 틀에 들어가 결국 노동계의 고통 분담을 협의해왔기 때문에 또 입장이 다르다. 노사정위 안팎, 어디서 하는가에 따른 자존심 부분도 있고.

-노사가 어떤 부분을 요구할 것으로 보나.

△노동계에서는 고용유지를 요구할 것이고 그러면 재계에서는 노동유연성 등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나 향후 임금 인상 자제 등이 나올 것이다.

-임금 인상 자제는 노동계에서 양보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면 풀리지 않을 것이다. 재계가 정치공학적으로 임금 양보해라, 최저임금위원회가 곧 개최되니 인상률 양보해라, 이렇게 하면 협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소외계층을 안고 가는 제도 개선을 복합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09년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때도 고용보험 제도 개선부터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양대노총이 주장하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 고용보험 적용 범위에 특수근로종사자까지 포함되면 숨통이 더 트이지 않을까 싶다. 상병수당 제도 도입도 논의해볼 만하다. 배달 등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경우 근로자성을 원칙적으로 정부가 정의하고 인정해야 한다. 지금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진행되고 있어 너무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동안 노사정 대타협을 이룬 곳들은 북유럽 국가, 네덜란드 같은 작은 나라들이다. 실제로 사회적 대화에서 큼직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까 싶은데.

△우리는 너무 사회적 신뢰가 부족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시기적으로 고려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자마자 (법인세 인하 같은) 요구사항을 던져버렸다. 경총에도 조심스럽게 정부와 국회의 동향을 참조하라고 이야기를 드렸다. 이번 노사정 대표자회의도 총론에서 이야기하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또 시간적으로도 부담이 있다. 코로나19는 금융위기·메르스 때와 비교해도 둘을 능가하는 상황이 아닌가.



-어떤 부분에서 능가한다고 보나.

△코로나19는 지금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타격을 주고 있지만 전 세계적 문제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벌어 먹고사는데 괜찮겠나. 한국노동사회연구원에 따르면 4월 취업자 수는 2,650만명으로 2월의 2,752만명에 비해 102만명 줄었다. 두 달 동안 줄어든 취업자 수가 외환위기 두 달(92만명), 글로벌 금융위기 6개월(25만명)보다 많다. 정부가 지원하고 있지만 사회 불균형이 심화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여성·청년·단순노무자·취약계층에 타격이 집중되고 있다.

-외환위기 때 금융노조에 계셨는데. 구조조정이 금융권에 집중됐지 않았나. 그때를 생각해보면 사회적 대화를 하면 노동계가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당시에는 정말 목숨을 걸었다. 해고는 당연했고 몇%나 자를 것이냐 했던 시절이니까. 노사정위원회 2차 합의 때 정리해고법·파견법 제정 논의를 앞두고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나갔다. 한국노총은 합의하지 않아도 해고가 된다면 협상을 통해 인원수를 줄이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금융의 경우는 해고 비율을 37%에서 시작해 32%까지 줄였다. 협상의 고통이 너무도 컸다.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구조조정하는 등 IMF의 요구를 우리나라는 다 들어줬다. 말레이시아는 조언을 하나도 안 들어줬는데도 살아남았는데.

올해는 22년 만에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했다. 강성 하부조직이 많은데도 민주노총이 자신 있게 사회적 대화를 치고 나왔기 때문에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총리실에 가기 전에도 민주노총 산별노조에서 한두 명이 전화해 “이번에는 (사회적 대화가) 성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비스업 중심으로 당사자들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나.



-노동계가 총고용유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이 어려우면 유연화는 필요하지 않나. 기업이 도산하는 위기에서 질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한데 무조건 안 된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지금 구조조정은 어렵다. 항공 등 기간산업을 지원하면서도 고용의 90%를 유지하라고 하지 않았나. 올해 말까지라도 고용을 유지한다는 안에 대해 논의한다든지 ‘원포인트’라는 말에 맞게 시기적으로 정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기업 지원에 재정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국가채무를 두고 언론이 계속 비판하고 있지 않나. 기업에서도 이에 화답했으면 좋겠다. 그 정도를 해야 답이 나올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노동계도 안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양보할 것은 대강 나와 있는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게 참 어렵다. 노사의 요구사항은 많겠지만 다 합의하려고 하면 어려울 것이다. 그야말로 원포인트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으로 집중해서 갈 수밖에 없다.

-협상 자세에 대해 조언한다면.

△22년 만에 양대노총이 어렵게 사회적 대화에 자리했다. 전태일 열사의 모친인 이소선 여사는 몇 번이나 “하나가 돼라. 너희가 핍박당하는 것은 하나가 안 돼서 그러는 것이다. 노동계도 하나가 되면 힘이 배가돼 노동자의 입장을 관철해낼 수 있다”고 돌아가실 때까지 충고하셨다.

사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사노위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못 들어간 것은 정부에 대한 민주노총의 불신이 많다는 거다. 하지만 인원수로 제1노총이라고 나오면 사회적 책임이 반드시 있다. 기업에만 사회적 책임(CSR)이 있겠나.

민주노총도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적 대화에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국노총 역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경사노위 밖에서 조직적인 불만이 있지만 사회적 대화에 참여했다. 잘될 것으로 생각한다. 코로나로 힘겨운 국민들에게 좋은 결과로 희망을 주면 좋겠다.

/정리=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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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경남 마산 △1978년 마산상고(현 마산 용마고) △1978년 한일은행 입사 △한일은행 노조 쟁의부장 △2000년 전국금융산업노조 상임 부위원장 △2006년 금융노조 위원장, 한국노조 부위원장 △2008년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위원 △2011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 △2014년 한국노총 위원장 △2017년~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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