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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호빗

톨킨의 친필이 담긴 ‘호빗’ 초판본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24세의 한 청년이 영국군에 입대한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전쟁터로 떠난 청년의 눈에 비친 세상은 참혹했다. 병에 걸려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수많은 젊은이의 죽음을 목격한 그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다. 1920년대 중반 옥스퍼드대 교수로 근무하던 그의 눈에 한 학생이 백지로 제출한 시험지가 들어왔다. 그는 펜을 들어 그 시험지에 ‘땅에 난 구멍 속에 한 호빗이 살고 있었다’는 한 구절을 썼다.

현대 판타지 문학의 거장 J R R 톨킨(1892~1973)의 작품 ‘호빗’은 이렇게 탄생했다. 톨킨의 상상에서 태어난 호빗은 인간 키의 절반 만하고 털북숭이 발에 먹고 마시기를 좋아하는 종족이다. 용에게 빼앗긴 보물을 찾으라는 마법사의 부추김에 빌보 배긴스는 호빗 마을인 샤이어를 박차고 모험을 떠난다. 반지의 힘에 굴복해 선과 악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골룸, 암흑 숲에 사는 엘프왕의 아들 레골라스, 신이 돕기 위해 파견한 간달프 등 현대 판타지를 대표하는 다수의 캐릭터가 탄생했다. 처음에는 어린 자녀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난쟁이 종족의 신기한 모험 이야기를 지어냈다. 우연히 이 소식을 접한 출판사 직원의 요청으로 1937년 소설로 나왔다. 독자들의 열띤 호응에 힘입어 1954년에는 속편 ‘반지의 제왕’이 출간됐다.



호빗이 등장하기 전 판타지 소설은 허구로 가득 찬 동화에 그쳤다. 하지만 ‘호빗’을 계기로 독자들은 낯선 세계에 심취했고 개별적으로는 보잘것없지만 선한 이들이 힘을 모아 악을 물리친다는 대서사에 열광했다. 미국 미디어 전문업체 ‘오디세이온라인’이 “톨킨은 현대 판타지 서사의 길을 닦았다”고 평가한 이유다. 영화 ‘호빗’과 ‘반지의 제왕’ 두 편에서 골룸으로 출연한 배우 앤디 서키스(56)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돕기 위해 11시간 동안 ‘호빗’을 낭송했다는 소식이다. 65만여명이 접속했고 28만3,000파운드(약 4억2,776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호빗’의 영웅 빌보가 온갖 고난을 뚫고 절대반지를 찾아낸 것처럼 인류가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절대반지’ 백신을 하루속히 개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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