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달 15일 코로나 19와의 전쟁 중에 21대 총선을 치렀지만 이로 이한 감염 사례는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 달 30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4명 발생했지만 지역 사회 감염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덕분에’ 캠페인이 SNS 상에서 유행할 정도로 정부와 의료진, 국민이 합심해서 감염병에 대응한 덕분이다. 하지만 지난 2월 18일 31번 확진자 등장 시점으로 기억을 되돌려 보면 여전히 아찔하고 제2의 대유행 가능성에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했던 지난 100일 한국의 코로나 방역 대응. 외국 언론은 한국 상황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이하 해문홍)이 1일 ‘해외 언론이 본 한국 코로나19 방역 100일’이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지난 1월 20일부터 4월 28일까지 100일 동안 42개국 436개 매체에 실린 한국 관련 기사를 분석한 결과다.
해문홍에 따르면 이 기간 한국 관련 기사 건수는 총 8,610건이다. 이중 코로나19 방역 관련이 5,589건으로 전체의 65%에 달했다. 해문홍은 “해외 언론은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성공 요인으로 ‘투명성, 열린 소통, 민관 협력’을 꼽았다”며 “지도력과 시민정신에 대해서도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황·사재기·봉쇄가 없는 한국의 ‘3무(無)상황’을 인상적으로 봤고 팬데믹(세계 대유행) 속에서도 차분한 일상을 유지하는 모습에 주목했다고 해문홍은 전했다.
■초기엔 ‘중국 외 최다 발생국’ 이미지
해문홍의 분석 결과를 보면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급증하던 2월 중반 만해도 한국은 수도권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환자를 꼼꼼히 추적 관리했다. 하지만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째 확진자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신천지 집단 감염에 1주일 사이에 감염 사례가 18배 급증했다. 이에 외신도 한국 상황을 크게 우려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은 중국 이외의 지역 중 최다 발병국(2.22)”, 월스트리트저널은 “대구는 유령 도시 2.23)” 등으로 묘사했다. 한국 앞에 ‘중국 외 최다 발생국’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인에 대한 입국 문턱을 높이거나 거부하는 국가가 속출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직간접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3월 9일부터 외신을 상대로 한 코로나19 부처 합동 브리핑을 진행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3월 11일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한국에 대한 외신의 보도 방향도 달라졌다. AFP는 “한국처럼 했다면 확산세가 지금과 달랐을 것(3.11)”이라며 중국과 WHO 등을 우회 비판했다.
3월 하순 들어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자 ‘한국 모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보도가 늘었다. 러시아에서는 타스통신이 빌 게이츠의 말을 빌어 “한국 코로나 방역 세계 모범(4.10)”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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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줄고 완치율 높아지자 ‘K방역’ 배우자
3월 28일 완치율이 50%를 넘어서자 외신은 한국의 ‘낮은 치명률’을 분석하기도 했다. 영국 BBC와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가장 가파르고 한국이 가장 완만한 곡선 형태를 보여줬으며, 각국 확진 급증 추세에 반하는 모습”이라고 한국의 방역 성과를 비교했다.
또 말레이시아에서는 말레이메일이 림킷시앙 말레이 의원을 인용해 “한국의 적극적 대규모 검사모델 따를 것 정부에 촉구해”라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4월 15일 치러진 총선은 일종의 ‘충격적 사건’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코로나를 이겨낸 민주주의(4.16)”이라고 평가했고, 블룸버그는 영국 정부 자문 전문가를 인용해 “한국 방식 따라라(4.26)”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 총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중요한 신호(독일 SZ, 4.16)’ ‘총선, 보건정책의 승리(프랑스 Le Monde, 4.17)’ ‘한국인들, 대통령의 방역 대책에 상을 준 것(스페인 El Mundo, 4.17)’ 등 유럽에서도 총선 방역을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드라이브스루(승차검진), 마스크 착용 등을 뒤늦게 따라 하거나 한국에 방역 노하우 전수나 방역 물품 지원 등을 요청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개인정보 활용·동선 노출 문제 지적도
물론 한국 코로나19 대응 관련 외신의 보도가 칭찬 일색이었던 건 아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한국의 광범위한 디지컬 정보 수집에 대해 ‘권위주의적 통제 강화’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를 두고 각국에서 또다시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 예를 들어 프라이버시 문제가 불거지자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한국은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한 이래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축에 드는 사생활 보호법을 갖추고 있는 국가’라면서 투명성과 실효성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의 코로나19 일상도 주목 받았다. 예를 들어 ‘달고나커피’ 만들기가 SNS를 타고 다른 나라까지 유행했다. 한국의 박물관·미술관 홈페이지 방문을 권유하는 보도도 있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의료진의 헌신, 민관협력체계, 공동체적 시민의식은 국격을 높이고, 우리나라가 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확인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장관은 “한국 방역은 모든 문화와 사회가 결부돼 나타나는 대표적 현상이기 때문에 자기성찰적 관점에서 세계와 공유해야 한다”며 “이는 효과적 행정지원체계와 공동체적 시민의식이 융합된 한국의 국가이미지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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