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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코로나 폭락장을 활용한 ‘주식 금수저’

이현호 탐사기획팀 차장





주식은 흔히 ‘타이밍의 미학’으로 불린다. 사거나 팔아야 할 시점을 적절하게 포착하는 투자의 기술이 필요해서다. 성공하면 최고의 투자수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증시에서 폭락장이 연출되자 ‘주식 금수저’들이 잇따라 이 같은 투자 격언을 실천해 눈길을 끈다.

크게 두 가지 유형을 띤다. 절세와 지배력 강화 행태다.

A그룹의 경우 지난해 12월 회장이 장남과 장녀에게 식품 계열사 주식을 증여했다가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3월 말에 이를 취소하고 이달 초 재증여했다. 이 과정에서 증여 규모가 5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B그룹은 이달 초 회장이 장남에게 제빵 계열사 주식을 대거 증여했다. 이는 하락장으로 주가가 2만원 이상 낮아진 시점에 이뤄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주식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2개월간의 주식 종가 평균을 토대로 산출한다. 현재 수준으로 주가가 유지된다면 증여세가 크게 줄어든다.

저점의 자사주 쇼핑도 잇따랐다. C그룹과 D그룹은 회장의 장남들이 핵심 계열사 주식을 장내 매입하며 지분을 늘렸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 시점보다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 정도 싼 가격으로 지분을 확대했다. 급락하는 주가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경영에 참여한 오너 일가가 주식을 사들이면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이들 그룹도 책임경영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시세차익을 얻는 것은 물론 경영권 강화의 밑거름이 되는 투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행동이 무조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관건은 현시점에서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중국 양나라 소명태자가 쓴 고서 ‘문선’의 ‘악부’ 편에서는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않는다’는 군자의 도리를 언급하고 있다. 악을 저지르는 행위도 나쁘지만 의심을 사 분란을 일으키는 언행도 그에 못지않은 커다란 문제라는 지적이다.

물론 개인투자자들도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어 ‘동학 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저가매수를 투자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재벌 일가가 합법의 틀 안에서 절세와 승계를 시도한 자연스러운 투자 선택이라며 이를 고깝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묵과할 수 없는 팩트가 있다. 사회 지도층인 재벌 일가가 수많은 사람이 죽고 경제위기 경고가 요란하게 울려대는 시국을 ‘저가 증여(절세)와 경영권 강화(지배력)의 기회’로 이용해 논란을 샀다는 점이다. ‘주식 금수저’들의 행동이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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