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은 일제강점기 시절 ‘하얼빈 의거’를 일으킨 안중근 의사의 순국 1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중국 정부와 하얼빈 ‘안중근의사기념관’은 지난해부터 올해 안중근 의사 순국 110주년 추모식을 큰 규모로 준비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행사가 취소됐다.
24일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으로 지난 1월 말부터 안중근의사기념관이 폐쇄돼 매년 기념관에서 거행됐던 추모식이 올해는 열리지 못하게 됐다.
하얼빈역에 있는 기념관은 그동안 작지 않은 굴곡을 겪어왔다. 우리나라와 함께 일본의 피해를 입었던 중국 정부는 안중근 의사를 기리기 위해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역에 기념관을 마련해 2014년 1월 개관했다. 당시 일본 정부와 보수단체의 항의를 받으며 외교적 마찰까지 일었지만 중국 정부는 기념관 설립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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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7년 3월 돌연 기념관이 철거됐다. 당시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 한창이어서 이런 이유로 기념관이 철거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지만 중국은 하얼빈역 리모델링 공사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기념관의 전시품들은 조선민족예술관으로 옮겨졌지만 임시 기념관의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이후 2년 만인 지난해 3월 기념관은 다시 문을 열고 관람객을 맞았으나 재개관 1년도 안 돼 휴관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이달 26일 기념관이 주최하는 추모식도 열리지 못하게 됐다.
중국 동북3성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는 박종상 칭다오대 객원교수(국제관계학 강의)는 “하얼빈은 거사 현장이라는 점 때문에 현지에서의 추모식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며 “올해 하얼빈 추모식은 예정대로 크게 열리지 못하지만 안중근 의사의 민족정신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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