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서지현 검사에게 보복성 인사를 단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의 상고심 판결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하려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해야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판을 다시 진행하라고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검사 인사를 담당하는 부하 검사에게 이 사건과 관계된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은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5년 8월 과거 자신이 성추행한 서 검사를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인사 발령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 전 검사장은 당시 성추행 사실을 몰랐으며 서 검사의 인사에도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서 검사는 2018년 1월 자신이 안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했고 우리 사회 전반에 이른바 ‘미투 운동’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1심과 2심은 안 전 검사장이 자신의 성추행 사실이 검찰 안팎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찰 인사권을 총괄하는 검찰국장의 권한을 남용했다고 보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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