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도끼와 휴대폰이 나란히 놓였다. 핀란드 루오베시에서 출토된 석기시대의 ‘양날 도끼’와 노키아가 1996년에 생산한 ‘노키아 커뮤니케이트 9000i’이다. 묘하게 닮은 이유는 손에 쥐기 좋고, 손안에서 활용하기 편하게 제작된 당대의 생존 도구라는 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개막해 내년 4월 5일까지 열리는 ‘인간,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000년’전은 이렇게 시작된다. 핀란드 디자인이라고 하면 떠올릴 북유럽 가구 전시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100년이 아니라 1만 년 전 인류의 기원을 더듬어 인간과 물질, 사물과 기술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디자인을 발전시켰는지 보여주는 ‘고고학에 충실한’ 전시다. 고고학 유물부터 현대 산업디자인과 사진 등 핀란드 문화유산 140여 점을 선보인다. 문명·역사 전시는 통상 시대순, 용도별로 전개되지만, 나무썰매와 현대스키, 곰의 뼈와 현대 디자인 의자가 나란히 놓여 서로가 주고받은 영향을 관람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전시 방식을 택했다.
사비타이팔레 지역에서 출토된 나무의자는 여기저기 뻗은 나뭇가지를 그대로 활용해 제작됐다.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했지만 4개의 다리가 기막힌 조화와 균형감을 이룬다. 창조란 인간이 자연과 환경을 ‘해석’하는 과정이라는 핀란드 디자인의 철학을 대변한다.
전시는 올 초까지 열린 핀란드국립박물관 특별전 ‘디자인의 만 년’의 세계 첫 순회전이다. 원목으로 만든 사우나 형 휴게공간, 대형 오로라를 연출한 영상과 시벨리우스 오디오 부스 등은 별미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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