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분당 75회 이상 뛰는 ‘고심박군’에서는 β-차단제 복용이 5년 내 심혈관 사망위험을 49% 낮추는 효과가 있었지만 75회 미만 뛰는 ‘저심박군’에서는 효과가 분명하지 않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윤창환·박진주 교수팀이 2003년 6월~2015년 2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내원한 환자 2,271명(평균 61.7세)을 퇴원 이후 5년(중앙값 1,017일) 동안 분석한 결과다.
β-차단제는 급성 심근경색을 겪은 환자의 심실 부정맥을 줄이고 심장 기능과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심부전, 좌심실 수축기 기능장애 없이 심장 기능이 보존된 환자의 경우 미국심장학회는 β-차단제 처방을 권장하지만 유럽심장학회는 권장하지 않는 등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윤 교수팀은 그래서 분당 심박수와 β-차단제 복용 여부가 사망률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비교분석했다. 급성 심근경색을 겪은 2,271명의 환자 가운데 63%(1,427명)는 분당 심박수가 75회 미만, 37%(844명)는 75회 이상이었고 75%(1,696명)가 β-차단제를 복용했다. 퇴원 당시의 분당 심박수 차이는 추적관찰 기간 동안 유지됐다. 퇴원 이후 5년 동안 205명이 사망했다.
연구 결과 β-차단제 복용이 사망위험을 낮추는 효과는 심박수가 감소함에 따라 떨어졌다. 분당 심박수가 75회 이상인 고심박군에서만 β-차단제 복용군의 5년 내 사망위험이 비복용군에 비해 △모든 원인 사망위험은 48% △심혈관 사망위험은 49% 낮았다.
박진주 교수는 “β-차단제는 효과가 좋은 심장보호 약제이지만 기립성 저혈압이나 무기력·서맥(느린 맥박) 등 여러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에서 심박수가 낮은 심근경색 환자군에 β-차단제의 약효가 적거나 없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향후 약물 처방에 변화가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윤 교수는 “저심박 심근경색 환자에게는 β-차단제 대신 ACE 억제제, 레닌-안지오텐신시스템(RSA) 억제제 등 심장보호 효능이 있는 다른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심박수·혈압·호흡수·산소포화도 등 생체 활력지수와 이들 약물을 복용 중인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률 간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연구하고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 처방 우선순위 약물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 의학 저널인 ‘메이요클리닉 회보(Mayo Clinic Proceedings)’에 실렸다.
심근경색은 심장근육에 산소·영양분을 실은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지방혹·혈전 때문에 좁아지거나 막혀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심부전은 관상동맥·심장근육·판막질환 등으로 심장의 기능이 떨어져 신체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호흡곤란 증세 등이 발생한다.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 전달체계에 변화·이상이 생겨 혈액배출 기능이 저하돼 호흡곤란·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며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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