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가 세계 최초로 시행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 실험을 약 5년 만에 중단했다. 이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온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첫 사례여서 유로존·일본 등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릭스방크는 1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종전 -0.25%에서 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스웨덴은 지난 2015년 2월부터 5년 가까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왔다.
릭스방크가 금리를 올린 것은 향후 수년간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릭스방크는 디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왔다. 마이너스 금리 기간이 더 길어지면 가계 및 기업부채 규모가 과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금리 인상 결정에 한몫을 했다.
경기부양 효과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금리 인상의 한 배경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2015년 스웨덴 경제성장률은 4.4%로 전년 대비 1.7%포인트 상승하는 ‘반짝 효과’를 누렸지만 이후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올해 1.2%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너스 금리는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부추기기도 했다. 스웨덴의 주택가격지수는 2015년 180대에서 2017년 8월 243.3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신들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마이너스 금리 실험이 다른 국가에서도 끝날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중앙은행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실시하는 나라는 유럽중앙은행(ECB)·일본·스위스·덴마크다.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주요 부작용으로 △가계의 저축 기피 △좀비기업 존속으로 인한 성장잠재력 약화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등을 지적했다. WSJ는 “유로존 국가 중 독일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을 살려내고 은행의 수익을 악화시키며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는 국가들을 보조해주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유럽이나 일본 등이 마이너스 금리 중단 행진에 동참할지를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린다. 노르디아에셋매니지먼트의 스바스테인 갈리 수석 전략가는 “릭스방크의 이날 발표를 보면 마이너스 금리 시대는 끝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다이와증권의 이와시타 마리 수석 마켓이코노미스트는 “ECB나 일본 중앙은행(BOJ)이 당장 추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둔화 기조에서 금리 인상이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와 일본은행은 여러 부작용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스웨덴의 금리 인상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까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데 이어 스웨덴도 제로금리에 진입하면서 신흥시장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WSJ는 이날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을 인용해 올 들어 신흥국 시장 기업들이 발행한 정크본드 규모가 1,18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부동산 업체들과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을 비롯한 브라질 업체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부채축소 정책을 지속하며 좀비기업 퇴출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기업들의 디폴트가 당분간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FT는 신흥국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수준의 부채를 축적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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