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논란은 올해 인상률이 2.9%로 결정되며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내년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노사정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보수 정부에서도 없었던 이례적 수치인만큼 내후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5% 내외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이미 최저임금의 절댓값이 커진 상황에서 인상률에 따라 규모도 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에 업종별·규모별 차등화 주장으로 이어지면서 노사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2020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되며 노사 간 대결이 일단락됐다. 인상률로만 따지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컸던 지난 2010년(2.75%) 이후 가장 낮다. 2018년 16.4%, 2019년 10.9%로 2년 연속 10% 이상 큰 폭의 인상률을 보인 데 따른 반작용의 성격이 짙었다. 재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최저임금이 급등하는 바람에 인건비 부담이 커져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했고 일부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생을 줄여가며 일하기도 했다.
노사정 관계자들은 내후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5% 내외로 내다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최저임금 인상률조차 7.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던 만큼 2.9%가 이례적이고 더구나 내후년 최저임금은 4월 총선이 끝난 후에 결정돼 여론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합한 것보다도 적은데 이례적으로 낮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적어도 2021년 최저임금은 그보다는 더 많이 인상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8,590원으로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5%가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5%를 그대로 적용하면 내후년 최저임금은 430원이 오르게 되는데(9,020원) 이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에 7.3%를 올려 인상된 440원(6,470원)과 동등한 수준이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에서 주장했던 최저임금 업종·규모별 차등화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고 양대 노총은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데 최저임금까지 차별받으라는 말이냐’며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에서는 ‘일하지 않고 받는 임금’으로 보는 주휴수당 폐지도 강력히 요구한 바 있어 총체적 임금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도 문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정부안에는 최저임금 결정 요인에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시켰지만 구체적인 산출 방식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에 과제로 넘긴 바 있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산출되면 또다시 차등화 논의로 불씨가 옮겨붙을 수 있는 만큼 논란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서경 펠로인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에서 노사 대화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라면서도 “매년 발표되는 물가상승률과 생산성 증가율을 합한 수준의 인상률을 기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세종=박준호기자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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