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인어’로 불리며 아시안게임 수영에서 금메달을 5개나 딴 최윤희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가 19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임명되자 체육계는 놀라면서도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대통령에게 국가정책을 자문하며 국정의 큰 그림을 그리는 정책기획위원장직에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이자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 의장이 발탁된 것을 두고는 ‘인사 돌려막기’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체육계, 경기인 출신 차관 반색=체육계에서는 ‘수영 스타’ 최윤희의 문체부 제2차관 발탁을 체육인의 자긍심을 높이는 결정이라며 반겼다. 여성 고위공직자 비율을 높이고자 하는 정부 기조를 고려한 인선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이날 문체부 관계자는 “차관급 인사와 관련해 최윤희 차관에 대한 하마평이 있었다”면서 “체육 전문가인 만큼 현장파악 및 현장소통이 원활할 것이라 기대되고 정책 연결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배구선수와 지도자를 두루 거친 신치용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은 “경기인 출신이 문체부 차관이 된 것은 축하할 일이며, 체육인들이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반겼다. 체육인이 고위공직에 임명된 사례로는 지난 2013년 임명된 ‘사격 스타’ 박종길 전 문체부 차관이 있다. 국회의원으로는 ‘한국 탁구의 어머니’라 불리는 이에리사, ‘태권도 영웅’ 문대성 등이 19대 의원을 지냈다.
한편 교체된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노 전 차관은 이전 정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하며 좌천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차관으로 ‘금의환향’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총선 차출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복수의 문체부 내부 관계자들은 “노 전 차관이 정치적 성향이 없는 인물인지라 총선행은 전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독일에서 유학한 박사이므로 잠시 쉬다가 공부를 더 하거나 후학을 양성하는 쪽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조대엽 발탁에는 비난 여론 우세=그러나 정책기획위원장에 조 원장을 기용한 것에 대해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조 신임 위원장의 ‘낙마’ 이력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2017년 현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에 내정됐다 음주운전 논란과 그에 대한 허위해명 의혹, 또 사외이사를 맡았던 한국여론방송의 임금 체불 논란 등으로 지명 32일 만에 자진사퇴한 바 있다. 청와대에서는 조 위원장 임명과 관련해 ‘자문기구 위원장과 장관은 그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을 내놓았지만 이미 한 차례 부적격으로 판명된 인사를 재기용했다는 점에서 야권의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는 이번 정책기획위원장 인선에서 ‘정책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반적으로 부처 장관 직위와는 달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혹은 위원장은 비상설 위원회고, 전문성과 역량을 위주로 검증하고 있다”며 “역대 정부에서도 같은 기준으로 인사검증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기획위원장직은 ‘자문역’이므로 장관직과 동일한 도덕성 검증 기준을 들이댈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장관은 인사청문 과정을 거치게 되고 국민적 눈높이에서 합당한 수준인지 청문 과정을 통해 검증을 받게 된다”며 “이번 정책기획위원장의 경우 대통령께 국가정책에 대해 자문하는 기능이고 정책적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자리다. 현재 임명된 조 위원장의 경우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 부의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선용 청와대 개편 가능성=문 대통령은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2차관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다. 과기부 1차관에는 정병선 과기부 국립중앙과학관장, 2차관에는 장석영 과기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각각 임명됐다. 두 사람 모두 정통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전문성을 고려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교체된 문미옥 과기부 1차관과 노태강 문체부 2차관의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이번 인사가 ‘총선 차출용’이었다는 분석이다. 총선이 약 4개월 남은 만큼 추가적인 청와대 참모진 개편 가능성도 언급된다. 그 시기는 오는 23~24일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 이후가 유력하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의 경우 총선에 출마하기로 최근 마음을 굳혔다고 전해졌다. 윤 실장의 지역구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구로구을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부산경남(PK) 지역 출마 가능성도 언급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출마설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불출마가 유력한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텃밭인 경기도 고양의 지역구를 승계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고 대변인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지윤·조상인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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