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미동맹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0억달러(약 5조8,300억원)를 내놓으라”고 엄포를 놓으며 생긴 일이다. 올해 1조389억원이었던 한국 방위비 분담금의 5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관련기사 5면
당장 이달 중 서울에서 열릴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3차 회의에 앞선 미국의 파상공세가 거칠다. 특히 다음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방한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와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연계해 한국을 압박하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1조원과 50억달러, 분담금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은 현재 한미동맹의 머나먼 거리를 웅변한다. 그러나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SMA 협상에서 다년 계약을 복원해 신뢰의 틀을 만드는 한편 서로 양보하고 조정해 ‘주고받기’식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양보’를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것들로는 핵 공유협정 체결, 원자력협정 개정, 미사일지침 폐지 등이 꼽힌다. 우선 미국의 핵우산 확장 억제를 한미가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핵 공유 메커니즘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북핵 방어에는) 핵 공유 협정이 최선”이라며 “북한을 어떻게 방어하느냐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우라늄 농축을 더 할 수 있게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농축을 더 하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활용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미사일 사거리를 800㎞로 한계를 둔 한미 미사일지침을 개정 또는 폐기해 우주항공 분야에서 우리의 잠재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과학계에서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SMA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미국이 요구하는 5배 이상 증액을 다 들어주지는 못하지만 다년 계약으로 최소한 미국의 요구를 적정 수준에서 수용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면서 “(눈앞의 감정에 휘둘리는) 장사꾼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자 방식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성진 정치부장 hns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