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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공원사수 대작전]청와대,민간인 손거쳐 되찾은 동네 공원

■공원 사수 대작전

황두진 지음, 반비 펴냄





영화 ‘효자동 이발사’만 보더라도 청와대에서 가까운 효자동과 통의동 일대는 대통령 경호실과 관련된 ‘서슬 퍼런’ 지역이었다. 좀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조선 시대에는 경복궁의 서쪽 문인 영추문을 통해 문관대신들이 드나들었고, 1942년 이전부터 여관이던 ‘통의동 보안여관’의 기록들을 보자면 화가 이중섭과 시인 이상·김동리 등 문화예술인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건축가 황두진이 쓴 신간 ‘공원 사수 대작전’은 바로 여기 이 동네에 자리잡은 ‘통의동 마을마당’(통의동 7-3번지)이라는 작은 공원에서 일어난 일들을 담고 있다. 저자는 공원 바로 옆 목련원에 사무실과 집을 두고 있는 지역 주민으로 ‘사건’을 직접 겪었다. 책은 장소와 공간의 역사에 관심 많은 건축가 특유의 호기심과 일련의 기록을 기반으로 했다.

통의동의 작은 공원을 둘러싼 첫 번째 사건은 2010년, ‘통의동 마을마당’에 경찰이 경호시설을 짓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작됐다. 주민들은 ‘공사모(공원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를 결성해 단체 민원을 넣었다. ‘시민들이 애용하는 공원을 경찰이 어떻게 빼앗을 수 있냐’는 분노에 소유권을 가지고 있던 청와대 측이 계획 무효화를 선언했다. ‘공사모’는 이를 ‘제1차 공원대란’이라 부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후 2016년 가을 무렵, 청와대가 공원을 민간인에게 팔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청와대가 민간인이 소유한 삼청동의 한 주택을 ‘경호상의 필요’를 이유로 취득하면서 공원인 통의동 마을마당을 대토형식으로 맞교환 하려는 것이었다.

‘제2차 공원대란’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촛불 시위와 같은 시기에 불거졌다. 당시 모든 이슈가 촛불시위로 집중됐기에 ‘공사모’의 목소리는 들릴 틈이 없었다. 현수막도 걸고 국회의원·구청장·시민단체를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하는 사이 공원의 소유주는 민간인으로 바뀌었다. ‘공사모’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 SNS를 활용했고 신문에 기고문도 실었다. 결국 광화문광장에 직접 나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붙들고 공원 문제를 호소했다. 공원을 촛불로 꾸미는 ‘촛불공원’ 행사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탄원서에 서명도 받아 모았다. 2년 반 만인 지난 2월 27일, 마침내 등기부 등본 상 공원의 소유자가 서울특별시로 바뀌었다.

책은 한 무리의 시민들이 공원을 지켜낸 기록이지만 결코 사사롭거나 가벼이 읽히지 않는다. 저자는 “온전히 국공유지로 매입되지 않는다면 전국의 4,421곳에 달하는 도시공원이 2020년 7월부로 도시공원 자격에서 해지”되는 ‘도시공원일몰제’를 지적한다. 서울의 한남공원, 대구의 범어공원, 청주의 구룡공원 등이 이에 해당해 토지주와 시민·환경단체의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다.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사연을 읽고 나면 집 앞 공원이 달리 보인다. 1만6,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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