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앞세워 내년 513조원의 초슈퍼 예산안을 편성해놓았다. 성장의 마중물로서 확장재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규모가 아니라 적재적소 투입이라는 원칙을 충실히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확대재정은 효율성과 건전성 관리라는 요건부터 갖춰야 한다”며 예비타당성 조사 무력화와 연구개발(R&D) 사업 남발을 효율성 저하의 대표사례로 꼽았다. 정부 지출의 투입효과를 보여주는 재정승수를 높이면 재정확대와 동일한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용과 재정투입 효과가 낮은 복지 지출에 쏟아붓지 말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리는 게 낫다는 얘기다. 이런데도 정부는 재정승수는 뒷전인 채 재정 확대에만 골몰하니 답답한 일이다.
무엇보다 재정지출은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산업구조를 개편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R&D 인프라 확충, 교육·훈련 분야에 집중 지원해야 성장동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자면 불요불급한 재정수요를 줄여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재정건전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국회에 계류된 재정건전화법 통과를 서두르는 한편 재원확보 방안을 의무화한 ‘페이고 원칙’도 필요하다. 칠레는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지하철 요금을 30페소(약 50원) 올렸다가 폭동사태로 번져 대외신인도에 치명상을 입었다. 우리도 재정 효율성을 무시한 채 나라 곳간을 허물어버린다면 언젠가 이런 사태가 오지 않는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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