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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가장 필요한 '단 한마디'

김희원 사회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국회 시정연설에서 ‘수능 비중 상향’을 한마디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교육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집 비중이 4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의 폐지가 확정되는 등 제도 개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돌이켜보면 일련의 사건에 대한 배경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입시 관련 파문 이후 교육계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정치권의 개입이었다. 숱한 교육 전문가들이 산재한 부처와 유관기관, 학계 등을 두고 대입제도개선을 위한 당정청 회의가 시작되더니 느닷없이 여당에 대입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특위)가 꾸려져 교육부와의 연석회의가 지속됐다. 그로부터 한 달여. 쏟아지는 결과물을 수습하느라 바쁜 교육부를 보노라면 수능 확대가 시정연설에서 언급된 ‘대입제도 개편안’ 대신 교육부가 후술한 ‘공정성 강화방안’으로 추진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실정이다. 대입제도개편안은 4년 후에야 시작될 수 있어 미래 교육의 방향성까지 흔들 수 있지만 공정성 강화방안의 경우 이런 위험은 피해갈 수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 관한 문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서 교육계를 뒤흔들게 된 그 한마디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예산안 어디에도 차세대를 위한 ‘교육 투자’는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고의 절반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반인 소프트웨어(SW) 교육에서 소외된 현실에서, 아직 국내 고교에 기초적인 무선망조차 안 깔린 상황에서 정부는 성인 위주의 보편 복지에만 치중할 뿐 교육 복지 증진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인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던 지난 1990년대 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나 한국에 필요한 것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고속 인터넷”이라고 말했다. 이후 1조원대 규모의 투자로 교실 선진화 작업이 진행되며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기반이 마련됐다. 손 회장은 지난여름 문 대통령을 예방해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고 강조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외환위기 여파 속에서도 일었던 전대미문의 교육 투자가 이번에는 생략됐다는 것이다. 국내 학교 정보화 경쟁력은 그렇게 20여년 전 수준에 머물며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기존 정책조차 모두 뒤집는 대통령의 ‘단 한마디’가 정작 가장 필요한 곳에서는 안 보이는 셈이다.

정치권이 주도하는 교육의 변화에 쓴웃음을 감추기 힘든 것은 이를 통해 겨냥한 것이 표를 쥐고 있는 부모들의 여론이지 차세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아이들의 미래는 아니기 때문이다. 고교 무상교육이 표심에서 가장 근접한 고3부터 시작된 것처럼, 다 큰 어른들의 초라한 ‘잇속’을 아이들에게 들킨 것 같아 마음이 참 편치 않다.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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