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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DNA’ 안병훈, 대회 첫 한국인 챔피언 꿰찰까

■PGA투어 더 CJ컵 1R

'탁구 동메달' 아버지 안재형과

대회전 이색 탁구매치로 심기일전

환상의 버디쇼로 8언더 단독 선두

황중곤 등 한국선수 4명이 '톱10'

세계 1위 켑카는 3언더로 15위

안병훈이 17일 더 CJ컵 1라운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JNA GOLF




17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홈페이지의 메인화면에는 1분짜리 탁구 경기 영상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PGA 투어 멤버인 안병훈(28·CJ대한통운)과 그의 아버지 안재형씨의 즐거운 한때를 담은 영상이었다. 안재형은 잘 알려졌듯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 동메달리스트이자 전 대표팀 감독이다. 영상 속에서 탁구 라켓을 든 안병훈은 라켓 대신 밥주걱을 잡은 아버지와 ‘핸디캡 매치’를 벌여 승리를 거뒀다.

아버지를 이기고 호탕하게 웃은 안병훈이 필드에서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안병훈은 이날 제주 서귀포의 클럽 나인브릿지(파72)에서 열린 국내 유일의 PGA 투어 대회인 더 CJ컵(총상금 975만달러)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는 깔끔한 경기력을 앞세워 8언더파 64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2위 호아킨 니만(칠레)과 1타 차다. 니만은 한 달 전 2019~2020시즌 PGA 투어 개막전인 밀리터리 트리뷰트에서 6타 차 우승을 거둔 신흥강자다. 안병훈은 먼저 경기를 마친 니만과 7언더파 공동 선두였다가 16번홀(파4)에서 5m쯤 되는 버디 퍼트를 넣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안병훈은 이날 전·후반에 버디 4개씩을 잡아 PGA 투어 데뷔 첫 승 기회를 잡았다. 11~13번 세 홀 연속 버디를 터뜨린 그의 이날 경기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대목은 가장 쉬운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파에 그친 점이다. 안병훈은 2015년 유럽 투어 BMW PGA 챔피언십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 우승 경력이 있지만 PGA 투어에서는 아직 정상을 차지한 경험이 없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하기도 했던 안병훈은 더 CJ컵 사상 첫 한국인 우승에 대한 기대를 부쩍 높였다.



2017년 시작돼 올해로 3회째인 이 대회에서 한국인 최고 성적은 1회 대회 김민휘의 단독 4위다. 총 78명의 참가자 중 16명이 한국 선수인 올해는 첫날 톱10에 든 14명 중 4명이 한국 선수일 정도로 초반 강세가 두드러진다. 주로 일본 투어에서 뛰는 황중곤이 5언더파 공동 4위에 올랐고 KPGA 투어 상금왕 이수민이 4언더파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8~2019시즌 PGA 투어 신인상 임성재도 9위로 출발했다. 지난주 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7타 차 대역전 우승을 차지한 임성재는 어린 시절을 보낸 제주에서도 절정의 샷 감각을 뽐냈으나 퍼트가 다소 따라주지 않았다. 김시우와 이경훈·최경주도 3언더파 공동 15위로 선방했다.

클럽 나인브릿지는 바람 세기에 따라 전혀 다른 두 얼굴을 내미는 코스다. 예측불허의 강풍이 몰아쳤던 첫해 우승자 저스틴 토머스(미국)의 4라운드 합계 스코어는 9언더파였는데 비교적 바람이 잔잔했던 지난해는 브룩스 켑카(미국)가 21언더파로 우승했다. 올해 첫날 선수들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다. 안병훈은 “아버지와의 탁구 경기에서 이기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도 같다”며 웃어 보인 뒤 “바람이 강해진다 해도 걱정하고 들어가지는 않겠다. 상황에 맞춰 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세계랭킹 1위 켑카(미국)는 자주 러프를 오가는 어수선한 경기에도 3언더파 15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1온도 가능한 14번홀(파4·353야드)에서 티샷을 그린 오른쪽 깊은 러프에 빠뜨려 한 번에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3온 1퍼트로 파는 지켰다. 15번홀(파4)에서 3퍼트 보기를 범했으나 16번홀(파4)에서는 마운드를 넘기는 어려운 경사의 먼 거리 버디 퍼트를 넣었다. 18번홀(파5)에서 이글로 한 번에 2타를 줄이면서 같은 조 김시우와 같은 스코어를 적었다. 켑카는 지난해 이 대회를 제패하면서 생애 처음 세계 1위에 올랐다. PGA 투어 통산 7승 중 4승을 메이저대회에서 거둘 만큼 큰 경기에 강한 그는 무난한 성적으로 첫날을 마치면서 대회 2연패 가능성을 남겨놓았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조던 스피스(미국)와 필 미컬슨(미국)은 나란히 2언더파를 적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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