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31일 담화문을 발표해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이 북한에 대해 불량 행동을 하는 국가라고 한 데 대한 대응으로,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제1부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떠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27일 한 ‘불량행동 국가’ 발언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의 불량행동이 간과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며 북한 비핵화 견인을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재차 거론했고, 지난달 22일에도 과거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며 “북한 같은 불량국가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최 제1부상은 이 같은 폼페이오의 발언에 대해 “그들 스스로가 반드시 후회하게 될 실언”이라며 “조미(북미)실무협상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미국인들에 대한 우리 사람들의 나쁜 감정을 더더욱 증폭시키는 작용을 하였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외교수장이 이런 무모한 발언을 한 배경이 매우 궁금하며 무슨 계산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끔찍한 후회를 하지 않으려거든 미국은 우리를 걸고 드는 발언들로 우리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이달 한미연합군사훈련 종료 이후 북미 정상 간 약속했던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와중에 최 제1부상의 담화는 북미협상이 재개될 때까지 시간을 벌면서 미국의 대북협상 셈법 변화를 압박하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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