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친척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중국 주재 기자가 당국으로부터 기자증 기한 연장을 거부당했다. 사실상 추방된 셈이다.
30일(현지시간) WSJ는 베이징에서 2014년부터 자사 소속 기자로 근무해온 싱가포르 국적 춘한웡(33) 기자의 기자증을 재발급해달라고 지난달 말 요청했지만 중국 정부로부터 갱신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외국 기자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기자증이 필수적이며 기자증이 없을 경우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다. 춘한웡 기자의 비자 만료 기간은 30일이었지만 중국 당국이 그의 기자증 갱신을 거부하면서 그는 강제로 중국 땅을 떠나게 된 상황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AFP 통신 등은 ‘사실상 추방조치’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춘한웡 기자는 지난 7월 호주 사법·정보당국이 시 주석의 친척인 밍차이라는 인물과 관련된 조직범죄, 돈세탁 혐의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WSJ은 중국 정부 관계자가 보도 직전 기사가 나가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며 이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고 밝혔다. 맷 머리 WSJ 편집국장은 “우리의 저널리즘은 공정하고 정확하다”며 “중국 정부가 우리 기자에 대한 기자증 발급을 거부한 데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가 언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최근 중국 정부와 외국 언론 사이에 논쟁을 벌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미국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의 메가 라자고파란 지국장도 비슷한 방식으로 기자증 발급이 거부돼 중국을 떠나야만 했다. 그는 신장(新疆) 웨이우얼(위구르) 자치구에 사는 위구르족과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감시와 대량 감금 문제를 심층 취재해 보도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외신 기자들이 중국을 악의적으로 더럽히고 공격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대한다. 이러한 기자들은 환영받지 못한다”면서 “반면 법과 규정에 따라 취재하는 외신 기자들은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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